[라이프] [Health&]“밤잠 설치는 요통, 3명 중 1명은 신경병증성 통증…초기 약물치료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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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접촉에도 큰 통증 느끼고
샤워 시 두 다리서 느끼는 감각 달라
약물치료로 통증 전달 차단해야
신경병증성 통증은 통증을 인식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말초 신경이 손상된 신경학적 질환이다. 여러 원인으로 몸통에서 팔다리로 뻗은 신경가지인 말초 신경이 손상돼 저리면서 찌릿하고 화끈거리는 통증,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감각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척추 질환 등으로 만성적 허리 통증이 있다면 신경병증성 통증에 주의해야 한다. 만성 요통 환자의 30% 이상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징후를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긍년(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교수에게 허리 통증과 신경병증성 통증의 연관성, 위험 신호, 치료법 등에 대해 들었다.

김긍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치료가 늦을수록 통증이 심해져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Q 척추 질환으로 허리가 아픈데 왜 신경이 손상돼 신경병증성 통증이 생기나.
“디스크가 터지거나 눌리는 척추 질환은 그 주변에 있는 신경까지 누른다. 이렇게 척추 질환으로 신경이 오래 눌리면 이차적으로 말초 신경이 손상돼 변성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신경병증성 통증이 생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척추 질환으로 말초 신경이 손상돼서 나타나는 후유증인 셈이다.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 질환으로 만성 요통을 겪는 사람의 30~40%는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악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Q. 척추 질환이든, 신경병증성 통증이든 똑같이 허리·다리가 아픈데, 어떻게 구분하나.
“통증 양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비슷하게 저리고 찌릿한 통증이라도 척추 질환으로 허리가 아플 땐 방사통으로 허리부터 엉덩이·허벅지·종아리·발 등으로 통증이 퍼진다. 반면에 신경병증성 통증은 감각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다리 전체 또는 일부가 아픈 작열감이 특징이다. 전기적 자극처럼 따끔거리고 찌릿하면서 저린 통증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초기엔 참을 만한 강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여기에 신경 손상 범위가 더 넓어지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끼다가 둔감해지는 감각 이상이나 정상적으로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자극에도 반응하는 이상통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다리가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처럼 시리거나 내 다리 같지 않게 느껴진다거나 가볍게 스쳤을 뿐인데 세게 때린 것처럼 아프다고 인식한다. 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 허리 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앓고 있다면 통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Q. 신경병증성 통증을 의심하는 징후는.
“밤잠을 설치는 야간통이다. 예전에는 낮에만 아팠는데 어느 순간 밤에도 통증이 심해져 한숨도 못 잤다고 호소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신경병증성 통증인 경우가 많다. 허리 디스크 같은 척추 질환 통증은 주로 몸을 움직이는 낮 시간대에 아프다. 밤에 쉬려고 누웠는데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면 신경병증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작열감, 감각 이상 등의 통증을 지속해서 느끼는 시간이 길어진다. 보행 패턴도 바뀐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걸으려고 첫발을 내디디면 통증이 느껴져 걷는 것을 꺼린다. 반면에 걸을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척추관협착증은 걷다 쉬기를 반복한다. 이외에도 샤워·목욕을 할 때 느껴지는 물 온도, 부력감 등 양쪽 다리에서 감각이 달라 진료를 받으러 오기도 한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제로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 신경 손상으로 유발되는 2차 통증인 신경병성 통증은 소염진통제 등 일반적인 통증 치료제로는 통증 완화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신경병증성 통증의 약물치료에 신경세포인 뉴런으로 통증 신호가 연쇄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프레가발린(카발린 등) 성분을 1차 약제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참는다고 저절로 낫지 않는다. 신경 손상 범위가 넓어지면 통증 강도가 세지고 약물 반응이 떨어진다. 국소적으로 아프고 감각이 무뎌지는 초기 단계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과민해지는 것을 차단해 통증을 완화하고 수면장애도 개선한다.”
Q. 통증이 심해 고용량으로 투약하면 부작용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던데.
“세심한 용량 조절이 중요하다. 흔히 통증이 심하면 치료 시작 단계부터 고용량으로 투약해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지럼증 등 이상 반응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약물치료 용량이 높을수록 이상 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체내 노폐물을 여과하는 콩팥(신장), 간 기능이 떨어져 있어 이런 경향이 더 크다. 지속적 약물치료를 위해 가급적 저용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후 환자 반응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점진적으로 용량을 올리면서 추이를 살핀다. 통증이 조절되면 용량을 유지하다 점진적으로 감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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