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말기신부전 환자도 집에서 복막 투석 가능…10명 중 6명은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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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강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인 헬스 리터러시(건강 문해력)가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면서 소금물 가습기를 틀었다가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Health&은 헬스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분야별 전문학회에서 추천하는 의료진을 인터뷰하는 ‘베스트 닥터’ 코너 연재를 시작한다. 주목해야 할 건강 이슈, 질병 치료 가이드라인을 바꾼 혁신적 연구 성과, 변화가 필요한 국내 보건의료 정책, 효율적 의료 인프라 활용법, 당장 실천하면 좋은 건강 인사이트 등을 알아본다.

Health&·대한신장학회 공동선정 베스트 닥터 오국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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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는 “담당 의료진과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어떤 방식으로 투석할지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국내에서 당뇨병·고혈압 등으로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대한신장학회에서 추천한 '베스트 닥터'인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의 얘기다. 실제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은 당뇨병·고혈압 등 기저 질환을 앓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콩팥(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말기신부전 환자가 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13만7000여 명이 말기신부전으로 진단받고 혈액·복막 투석을 받거나 신장을 이식했다. 대한신장학회에서 투석 치료 등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의 원인 질환을 분석했더니 1위가 당뇨병, 2위가 고혈압이었다. 말기신부전은 만성 콩팥병 마지막 단계다. 체내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의 기능(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15mL 미만에 불과하다. 정상 콩팥 기능의 10% 미만으로 남은 상태다. 이때는 신장 이식, 투석(혈액·복막) 치료 등 콩팥 기능을 대신하는 신 대체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오 교수는 “말기신부전이라도 현실적으로 공여받을 수 있는 신장이 많지 않아 10명 중 9명은 생존을 위해 투석 치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말기신부전으로 신 대체치료를 받는 환자가 인구 100만 명당 2608명으로 대만·일본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로 유병률이 높다. 오 교수가 말기신부전 환자의 투석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그는 만성 콩팥병 분야 장기 코호트 책임 연구자로 한국인 만성 콩팥병의 특성을 연구해 체계화했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울대병원에 신장교육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투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임상 지표를 발굴·관리하면서 말기신부전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말기신부전 환자 열명 중 아홉은 투석 치료
인위적으로 체내 노폐물을 거르는 투석 치료는 팔목 혈관을 활용한 혈액 투석, 배 속에 있는 복막을 이용하는 복막 투석 등 두 종류가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투석 치료를 하든지 장기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오 교수는 “투석은 한번 시작하면 신장 이식을 받기 전까지 평생 유지해야 해 담당 의료진과 자신의 상황에 맞는 투석 방식을 신중하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말기신부전 환자 대부분은 혈액 투석 방식으로 신 대체요법을 시작한다. 복막 투석을 선택하는 비율은 5% 남짓이다. 문제는 삶의 질이다. 혈액 투석은 주 3회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2~3일 동안 쌓인 체내 노폐물을 4~5시간에 걸쳐 제거한다. 오 교수는 “병의원을 오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혈액 투석에 매주 15시간 이상 쓰면서 학업이나 직장 생활에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혈액 투석으로 일상생활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다. 살기 위해 남은 인생의 1순위가 혈액 투석이 되면서 모임·여행·출장 등으로 일정을 조율하는 게 어려워진다. 지나친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수분·칼륨·나트륨 섭취량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의료진의 도움 없이 매일 집에서 스스로 투석하는 복막 투석의 경우 일상생활 유지가 강점이다. 오 교수가 소속된 대한신장학회에서 복막 투석 활성화를 포함한 국민 콩팥 건강 증진 계획 2033(KHP 2033·Kidney Health Plan 2033)을 통해 말기신부전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경제적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배경이다. 복막 투석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61%로 혈액 투석(34%)보다 2배가량 높다는 보고도 있다. 오 교수는 “투석을 하면 외부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복막 투석은 병원 방문 횟수가 한두 달에 1번 정도로 적고, 편한 시간에 집에서 투석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료하는 말기신부전 환자 중에는 복막 투석을 받으면서 택시 운전 등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직업 유지 가능한 복막 투석 지원 필요
복막 투석은 자가 관리가 중요하다. 오 교수는 “의료진이 복막 투석 결과를 비대면으로 원격 모니터링하면서 교육하고 상담하는 재택관리 서비스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자가 자동 복막 투석 기계로 집에서 투석할 때 복막 투석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하면 매일 투석을 하는지, 그날 투석은 잘 이뤄졌는지, 복부 배액관에 문제가 없는지 등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의료진이 수치화해 점검한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복막 투석에 문제가 생겼다고 나타나면 의료진이 즉시 연락해 원인을 찾고 해결한다. 재택관리 지원의 효과는 확실하다. 보건복지부에서 복막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재택관리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같은 자동 복막 투석이라도 재택관리 등록군은 연간 응급실 방문 횟수, 환자 사망 등 모든 관리 지표가 미등록군에 비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미국·일본·홍콩 등 여러 국가에서 복막 투석의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 효과, 임상적 가치 등을 고려해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처럼 한국도 삶의 질을 고려한 말기신부전 치료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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