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차, 주춤했던 중·러 시장서 다시 ‘액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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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을 다시 노린다. 현지 법인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단 전략이다.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철수했던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 베이징현대는 올해 첫 중국 전략 차종으로 개발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OE(코드명)’를 출시한다.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5종을 중국 현지에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주주 서한에서 “중국 시장은 초과 공급으로 인해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에 어려운 도전 과제”라며 “판매량과 브랜드 가치 향상 기회를 찾기 위해 심층적인 시장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7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 판매량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면서 최근 베이징현대는 현지 생산 시설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3년까지 1종(미니밴 ‘쿠스토’)이던 수출 차종을 지난해 ‘아반떼’ ‘무파사’ 등으로 확대하고 중동과 중앙아시아 수출을 늘렸다. 그 결과 2023년 445대에 그쳤던 베이징현대 수출은 지난해 4만4638대를 기록하며 1년새 100배로 늘었다.

현대차보다 앞서 수출 전략을 택한 기아 중국법인은 지난해 505억87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6년(4148억원) 이후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기아 중국법인은 2023년 내수용 소형 세단 ‘페가스’와 소형 SUV ‘쏘넷’ 등을 호주·뉴질랜드·태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2022년 3만3047대였던 수출 물량은 지난해 14만724대로 4배 이상 늘었다. 올해 수출 대상국을 76개국에서 80개국 이상으로 늘려, 18만 대를 수출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여기에 더해 중국 현지 법인을 미래차 연구 시설로 활용한단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중국 상하이에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현대코모기술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 2억1300만 위안(약 430억원) 규모로,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상하이는 시내에 1003곳 총 2000㎞의 구역을 자율주행 시험 운행에 개방하는 등 스마트 교통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거란 기대와 함께 현대차가 러시아에 다시 진출할 지 주목된다. 2021년만 해도 기아·현대차는 러시아 현지에서 각각 20만5801대, 16만7331대를 팔아 현지 업체 라다(35만714대)에 이어 판매 2·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있는 자동차 브랜드였다. 다만, 2023년 12월 러시아 업체에 단돈 16만원(1만 루블)에 팔고 나와야 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다시 사오려면 러시아 정부의 승인과 가격 재협상을 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철수한 사이 중국 기업이 현지 시장을 장악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하발(19만대)·체리(15만7000대)·지리(14만9100대)·창안(10만6100대) 등 중국 차들은 러시아 라다(43만6200대)에 이어 신차 판매 2~8위를 휩쓸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법인이 수출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미래차 기술 개발에 투입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으로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은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현지 전략 차종 출시는 미래 경쟁에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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