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시험대 오른 국내 철강업체, ‘쿼터제 폐지’ 틈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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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가 오는 12일 0시(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부과된다. 10일 경기 평택항에 철강들이 쌓여 있다. [뉴시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예정대로 12일(현지시간)에 부과하겠다고 재확인함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2018년부터 적용받던 수출 무관세 쿼터(연 263만t)가 해제됨에 따라 완전 경쟁 시장에 놓이게 되면서다. 쿼터제 폐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업계는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일로 예정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일정대로 진행되는가”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관세는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포고문에 따른 것이다.
철강업계는 신중론 속에서 관세 정책 변화의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고루 따져보고 있다. 장점으로는 수출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트럼프 정부 1기 때부터 한국에 부과된 연 263만t의 철강 쿼터제는 세부 품목별로 수출량이 정해진다. 미국 내 수요가 커서 더 많은 수출이 가능했던 품목이 있었더라도, 품목별 할당량을 넘겨 수출하긴 어려웠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철강재 약 276만t 가운데 강관류(철강재로 만든 파이프)가 108만9200t, 판재(열연강판·중후판·냉연강판 등)류가 131만6900t, 봉형강류가19만3500t가량이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를 내더라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강관류, 특히 유정용 강관 등 고부가가치 품목이 미국 내 수요 대비 공급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무관세 쿼터 폐지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미국산 철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미국 내 전체 철강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은 13.1%로 미국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또 철강·알루미늄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파생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철강·알루미늄이 쓰인 자동차 부품이나 전기·전자 부품류도 파생상품에 해당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할지 세부 사항이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재는 추가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기업의 철강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로젝트에 쓰일 강관이나 플랜트 제작에 필요한 후판과 형강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미국으로 강관을 수출하는 세아제강 관계자는 “정부 및 업계와 논의를 통해 사업성·현실성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이 현실화된다면 거대 시장이 창출되는 만큼 철강업계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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