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려견 예전에 다쳤는데, 보험 가입 뒤 수술비 청구…실손 뺨치는 ‘펫보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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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또치(가명)를 키우고 있던 A씨는 펫보험 가입 후 일주일 만에 보험금 32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또치가 테이블에서 떨어지면서, 고관절이 탈구 돼 입원 및 수술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보험사에서 확인해 보니 또치는 약 2주일 전 인근 다른 병원에서 같은 이유로 진단을 한 차례 받았다. 치료비가 많이 나올 것을 걱정한 A씨가 처음 치료를 받은 것처럼 ‘차트청소’를 한 후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 펫보험은 급성장했다. 10일 10개 펫보험 판매사(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펫보험 계약 건수는 16만2111건으로 2023년 말(10만9088건) 대비 48.6% 급증했다. 윤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1년 말 펫보험 계약 건수가 5만1727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 넘게 계약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펫보험을 통해 보험사가 받은 원수보험료(213억3263만1000원→799억497만7000원) 규모도 거의 4배 가까이로 커졌다.
하지만 제도 미비에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건에 불과했던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지난해 57건으로 약 470% 늘었다. 또 다른 보험사는 펫보험 보상과 심사를 전담하는 별도 전담 조직을 만드는 걸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보험금이 소액이다 보니, 보험사가 사기 적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사기 건수가 뚜렷하게 많아지면서 내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비에 사료값도 슬쩍 얹어…요지경 펫보험 사기
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문제는 ‘깜깜이’ 진료 정보다. 사람 보험과 달리 자세한 진료 및 치료, 다른 보험사 보상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진단명과 치료방법도 수의사 판단에 따라 정한다. 진료행위가 표준화·코드화돼 있는 사람과 달리 동물병원은 질병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치료 방법도 제각각이다. 진료비도 고무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병원 진료비용 현황 조사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반려견 초진 진찰료는 최저 1000원에서 최고 6만5000원으로 약 6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농식품부에서 진료명과 진료방법에 대한 표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다.
진료기록부 없는 이른바 ‘영수증 청구’도 펫보험이 개선해야 할 과제다. 현행 수의사법에서 수의사는 동물 진료 후 진료기록부를 반드시 발급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보험가입자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동물병원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만 첨부하고 있다. 사료나 반려견 용품을 함께 구매해 영수증에 얹어 청구해도 쉽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 등도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의무 발급을 법에 명시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사항이라 진척이 쉽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등록 반려견(약 302만 마리)은 전체의 약 38%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등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동물을 바꿔치기해도 현실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려동물은 사진만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워 보험계약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동물 등록제가 활성화되면 보험 가입 및 관련 심사를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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