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음악의 길 잘 걷다보면 조력자 나타나요,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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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조 소프라노 이아경의 오페라 무대. 무명 단원에서 스타로 떠오른 그는 “많은 분들 도움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사진 SMI]
무명에 가까운 합창단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메조 소프라노가 된 이아경(55)이 이달 25일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사계절로 프로그램을 나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는 무대다.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청중과 편안히 차 한잔 마시는 기분으로 하고 싶은 공연”이라고 했다.
이아경의 행보는 평범하지 않았다. 1995년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에서 주역으로 데뷔하기 전, 그는 평범한 인천시립합창단 단원이었다. 국립오페라의 박수길 당시 단장이 합창단원들의 평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25세의 이아경을 발견, 주역으로 발탁했다. 이 공연 이후 이아경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같은 거장과 한 무대에 서는 성악가로 성장했다.
전격 발탁 데뷔에 이어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2001년 돌연 이탈리아 유학을 택했다. 한국에만 있기 아깝다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아경은 “유학 중 어느 시점이 되자 이탈리아 선생님이 ‘이제 나가서 이기고 와!’라고 하셨다”고 기억했다. 그 바로 다음 주부터 국제 콩쿠르에서 출전해 6개 대회에서 잇달아 1위를 차지했다. 성악의 주인공 격인 소프라노·테너가 아닌, 중간 음역대 메조 소프라노가 우승을, 그것도 연달아 한 건 이변이었다.
울림이 좋고 따뜻한 메조의 소리를 타고난 이아경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청중이 뜨겁게 환호해줘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벨리니 콩쿠르에서 시간이 밀려 밤 12시에 노래를 하게 됐을 때 받았던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잊지 못한다. 당시 불렀던 ‘당신의 음성에 내 마음은 열리고’를 이번 30주년 무대에서도 들려준다.
이아경은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도와 그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 좋았다”며 “수녀·간호사가 꿈이었을 정도”라고 했다. 중간 성부로 노래하며 다른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메조 소프라노와 잘 맞는 성향이다. 그는 또 유럽 무대에서 잘 나가던 중 2005년 귀국해 한국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경희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데 대해서도 ‘남을 돕는 일’이라는 주제로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귀국을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빨리 한국에 와 후배들이 음악을 좋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스스로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학도 빨리 가지 못했고 집안에 음악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하지만 많은 분이 도와줬다. 그 도움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스스로 음악가의 길을 잘 걸어가다 보면 조력자가 나타난다는 믿음을 후배와 제자들에게 주고 싶다”고 한국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슈베르트 ‘음악에’로 시작해 팝송 ‘마이 웨이’ 등 폭넓은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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