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수 살리려던 설 임시공휴일, 해외여행만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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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월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내수 부양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1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297만5191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3% 증가했다. 2019년 1월(293만219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국가별로는 일본 출국이 93만58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이 44만1189명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엔화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환율만 놓고 보면 좋은 환경이 아닌데도 여행은 더 많이 떠났다는 뜻이다.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설 연휴를 포함해 최장 9일간의 황금연휴가 만들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영옥 기자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이란 카드를 꺼낸 건 소비·관광 등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해서다. 그러나 카드 매출이 보여주는 결과는 사뭇 다르다. BC카드의 1월 하루 평균 카드 매출액을 100(개인카드 기준)으로 봤을 때 1월 27일 국내 매출액은 98.0으로 줄었다. 반면에 해외 매출액은 103.4로 늘었다. 평소보다 국내에선 덜 쓰고, 해외에선 더 썼다는 의미다. 통계청의 속보성 통계지표인 나우캐스트를 보면 설 연휴 주간인 1월 25~31일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 대비 34% 감소했다. 명절 전후 소비는 연휴 전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전 명절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재화 소비의 정도를 보여주는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줄었다. 의복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등의 판매 감소가 원인이다. 12월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흐름이 꺾였다. 소매판매는 10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만들었던 지난해 10월에도 0.7% 감소했다.
1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8% 줄었고, 1월 온라인 쇼핑액 역시 4.4%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내수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온라인 쇼핑액은 소비 활력을 따져볼 수 있는 지표다. 전반적으로 관광을 제외하면 뚜렷한 내수 반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정부는 “효과가 있다, 없다 단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기획재정부 관계자)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되레 ‘돈 아껴서 해외여행 간다’는 속설은 증명됐다. 지난해 내국인의 국외 소비지출은 3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가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지출은 0.7% 증가에 그쳤다. 전체 소비지출의 98%를 차지하는 국내 지출이 7조3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2%에도 못 미치는 국외 지출은 5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외 소비 역시 국내총생산(GDP)상 민간소비로 잡히는데 지난해 미약하게 관측된 소비 회복세도 국외 소비 증가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이참에 임시공휴일 지정의 정확한 경제 효과를 따져보고, 정책 활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명절이라 망설였던 사람들도 연휴 기간을 둘로 쪼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일본이나 동남아는 이전에 다녀온 경우가 많고, 여행 준비도 간단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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