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략 기술로 꼽히는 양자 분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자전략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는 양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12일 정부는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양자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 출범식을 갖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전략위는 양자 분야 국가 최고위 정책 심의·의결 기구로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다. 11명의 양자분야 산·학·연 전문가를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며, 부위원장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포함해 관계부처 장관 7명도 정부위원으로 참여한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에 근거해 출범했다.

양자 기술은 인공지능(AI) 뒤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양자칩을 개발하고 있고 국가차원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이라서다. 양자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고, 국가 기밀과 금융 시스템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 또 해킹 불가능한 통신과 초정밀 감지 기술을 구현할 수도 있다.

전략위는 양자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고, 퀀텀 파운드리(양자 소자 연구·개발 시설) 등을 구축한다. 양자 소프트웨어·알고리즘 개발, 스타트업 성장도 지원한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양자 산업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만, 우리가 강점을 갖고 승부를 할 만한 기회가 소부장 분야에 있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착수한다. 1000큐비트(양자컴퓨터 기본 연산 단위) 양자컴퓨터, 양자중계기(양자통신 장치) 기반 양자네트워크, 위치측정시스템(GPS) 없는 양자항법 센서 등을 민간 기업과 함께 개발한다. 양자전문·기술융합 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인재도 유치한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양자 기술 투자는 축구로 치면 유망주를 키워 ‘손흥민’ 같은 선수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위가 출범했지만 갈 길은 멀다. 업계 안팎에선 양자 기술에 압도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경쟁국 대비 예산 규모가 적은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중국은 최근 5년간 양자 기술에 15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했다. 미국도 같은 기간 38억 달러(5조 6000억원)를 투자했다. 한국의 올해 양자기술 관련 예산은 1980억원이다. 이창윤 차관은 “현재 투자가 충분치 않지만, 큰 투자금을 소화하려면 산업 생태계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앞으론 민간 투자와 연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