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번엔 소고기…트럼프 관세전쟁, 확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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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령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해소해 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이를 제한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인 수입 규제를 구실로,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시간) 미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하다는 것을 알지만 무시하면 안 될 이슈”라며 “중국·일본·대만 등은 월령 제한을 폐지했으니, 한국과도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STR은 2013년부터 매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한국이 30개월령 미만인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한 것은 ‘과도기적 조치’였다”며 소고기 시장 완전 개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USTR은 업계 의견을 청취한 내용을 NTE에 담는다.

전 통상 당국 관계자는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 비중이 높지는 않다”며 “그러나 미국 업계 입장에서는 수출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이 실제로 요구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광우병 논란에 ‘소고기 규제’ 뒀는데…미, 폐지 압박 가능성

미국이 한국 소비자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를 건드려선 실익이 없다는 분석에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냉장용(9억4000만 달러)·냉동용(12억 달러) 모두 한국이 1위 수출국이었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소고기 수입량의 48.1%를 미국에서 들여왔는데, 월령 제한을 푼다고 미국산 수요가 더 늘어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며 “미국 내 협회가 의견을 낸 정도라 당장 대응하기도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판로가 축소된 미국으로서는 잉여 제품의 수출을 한국 시장 등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농축산물에 대해서도 수입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 문제를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상호관세의 구실로 삼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매길 때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등 불공정한 규제까지 반영하겠다고 했다. USTR은 미국 내 다양한 업계의 의견을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접수했다. 이들이 낸 의견서를 USTR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한국이 개선해야 할 문제로 ▶보조금 지급 ▶저렴한 전기요금 ▶약값 통제 ▶환율 관리 ▶노조 억압 ▶콘텐트 규제 등을 꼽았다.

미국철강협회(AISI) 등은 USTR에 “한국 정부가 유리한 조건의 대출과 수출 금융, 보조금 지급과 시장가격보다 낮은 전기요금 등을 활용해 한국의 철강업체들을 보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한국 정부가 자동차 노동자 급여 인상을 억제한다”면서 “이런 노동 조건이 미국 자동차 노동자의 근로 여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미국영화협회(MPA)는 “한국 국회가 추진하는 망 사용료 부과가 부당하며, 외화 상영 일수를 제한하는 스크린 쿼터 등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비관세 장벽을 구실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업계나 정부가 요청한 비관세 장벽 중 스크린 쿼터처럼 산업 환경의 변화로 효과가 미미해진 규제를 상징적으로 해소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지키는 식의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2018년 당시 트럼프 1기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연간 263만t의 물량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받아 온 한국도 25%의 고율 관세 적용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열린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대화에서 “관세가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관세는 더 높을 수도 있다. 관세도 큰 성과지만, 가장 큰 성과는 그들(해외 기업)이 미국으로 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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