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과서와 다른 현장...화려한 이력의 경제관료가 은행장 되어 보니[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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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
윤종원 지음
한국경제신문

훌륭한 은행과 나쁜 은행. 지은이는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리나』의 한 문장을 빌어 둘의 차이를 설명한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은행은 비슷한 이유로 성공의 길을 걷지만 나쁜 은행은 저마다의 이유로 망한다는 것.

IBK기업은행장을 지낸 지은이는 이 책에 훌륭한 은행으로 가는 길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담았다. 재무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OECD대표부 대사, 대통령실 경제수석까지. 경제 전문 관료로 더없이 화려한 이력을 쌓은 그였지만 은행장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금융 현장은 역시나 교과서와 달랐다. ‘낙하산’ 소리도 들었고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위기도 맞았다. 부채가 원인이 아닌, 유례없는 경제위기였다.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 역할이 중요한 때였다. 초저금리 특별대출 땐 한 지점에 하루 1000건 넘는 신청이 몰릴 정도의 비상 시기였다. 위기 속에서 그가 두 축으로 삼은 건 혁신금융과 바른경영. 책에는 은행장 시기의 상세한 기록과 함께 은행업이란 무엇인지, 금융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같은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적었다.

380억원 정도를 예금한 고객의 ‘갑질’에 직원이 병가를 냈다는 소식에 분노해 법적 대응에 나섰고, 문제 사례를 전수 조사해 대책을 만들었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지은이는 ‘고객은 왕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래야 갑질이 사라진다고 했다.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볼 수 없다’. 책의 부제다. 지은이는 담보와 재무제표만으로 중소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갔다고 본다. 2021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에 9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미래가치를 보고 한 투자였다. 하지만 기업은행에서 재무적 지표를 토대로 산출한 쿠팡의 신용대출 한도는 2000만원이었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은행부터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에 더 많은 돈이 흘러가도록 금융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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