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거 쓰레기 아니야?…하루 10t 버려지는 '커피박' 깜짝 변신
-
3회 연결
본문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서울시 자치구가 증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면, 커피 머신은 약 15g의 원두를 곱게 분쇄하고, 뜨거운 물을 가해 아메리카노를 추출한다. 이렇게 커피 향과 카페인 등을 추출하고 남은 커피 원두 찌꺼기를 커피박이라고 한다. 1잔당 사용하는 15g의 원두 중 98%(14.7g)가 커피박이 된다.
통상 카페에선 커피박을 하루 평균 3㎏ 정도 배출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통계와 연평균 서울 커피·음료 점포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현재 서울 시내 카페는 3만500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10t 이상의 커피박 쓰레기가 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서만 하루 10t 이상 배출

서울 강남구가 수거한 커피박. [사진 강남구청]
이처럼 대량으로 배출하는 커피박을 재활용하기 위해 자치구가 나섰다. 서울 강남구는 13일 천일에너지와 ‘커피박 재자원화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커피 전문점에서 나오는 커피박을 천일에너지가 수거해 퇴비·고형연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커피박 수거를 희망하는 커피숍은 강남구 자원순환포털에서 신청만 하면 된다. 강남구는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커피박이 쏟아져나오는 자치구다. 지난해 강남구에서 수거된 커피박은 서울시 전체 수거량(2405t)의 22%를 차지한다(540t).
송파구는 쓰레기 전문 수거 업체에 커피박 수거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2024년 서울시 자치구 재활용 성과평가’에서 환경부 장관상(대상)을 받았다.
양천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커피박 배출 원스톱 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지구하다’에서 커피박 배출을 신고하면, 수거 업체가 무상으로 커피숍을 방문해 이를 수거·재활용한다.

서울시 마포구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위치한 커피박환전소에서 직원이 커피찌꺼기(커피박)를 재활용한 인테리어 소품 옆에서 커피찌꺼기를 모으고 있다. [뉴스1]
마포구도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참여할 관내 커피전문점을 상시 모집 중이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배출량이 많은 일부 커피전문점의 수거 빈도를 높여달라는 요구 사항을 수용해 주 2회 커피박을 수거하고 있다.
커피박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면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친다. 커피박을 소각할 때마다 t당 338㎏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소각 대신 쓰레기 매립장에 매립하면 토양 오염을 초래한다. 하지만 커피박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대신 수거하면, 매립·소각 비용과 탄소 배출량을 모두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각 자치구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면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커피박이 발열량이 많아 바이오 연료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또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없어 퇴비 등으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수거한 커피박은 폐기물 처리 전문 업체가 재처리 과정을 거쳐 화석연료의 대체재(우드칩)를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자치구 입장에서 보면 커피박 수거·운반 인력 동원 문제나 커피박 보관 장소 확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 예산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무상으로 에너지 연료비용 절감, 대기질 환경 개선 등 탄소배출량 절감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나뭇가지도 우드칩으로 재활용

커피 한 잔을 만들 때마다 약 14.7g의 커피 찌꺼기가 나온다. [중앙포토]
커피박뿐만 아니라 나뭇가지 등을 재활용하는 자치구도 있다. 동대문구·중구·성동구·광진구는 임목폐기물 자원화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자치구 내에서 발생하는 임목폐기물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우드칩)로 무상 재활용하는 내용이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산림경영활동으로 발생한 산물 중 원목 규격에 못 미치거나 수집이 어려워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산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통상 숲·가로수를 관리하면서 벌채·가지치기하다가 잘라낸 나뭇가지 등을 뜻한다.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스타벅스 테이블은 커피찌꺼기로 만들었다. [중앙포토]
동대문구·중구·성동구·광진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연간 발생하는 임목폐기물은 약 2281t이다. 이를 태우거나 묻는 대신, 친환경 에너지로 재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뭇가지를 처리하면 발전용 우드칩 제작 업체에 안정적으로 자원(바이오매스)을 공급할 수 있다. 자치구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폐기물 처리에 소요하던 예산 약 2억원을 절감할 수 있고, 탄소 발생도 저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커피 찌꺼기 재활용 활성화 사업’에서 1위를 차지한 송파구의 서강석 구청장은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생활폐기물도 다시 보고 자원으로 재활용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효율적인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