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전쟁, 인플레 부르나…트럼프에 찍힌 나라들, 줄줄이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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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떨어트린 관세 폭탄이 전 세계 통화정책까지 뒤흔들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으로 찍은 캐나다‧멕시코와 유럽은 줄줄이 금리 인하에 나섰다. 중국은 재정적자를 역대 최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대규모 돈 풀기를 예고했다. 기나긴 긴축으로 억눌러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관세 선포에 금리 인하 대응

1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1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7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새로운 미국 관세의 범위와 지속기간에 따라 경제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그는 “이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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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일 예금금리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5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이어갔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유럽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등이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도 국방‧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재정 확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에 나서면서 미국발 관세 정책 대응에 나섰다.

유럽·중국 등 돈 풀기 나서

가파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선 캐나다‧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관세 부과를 밝힌 국가다. 유럽 역시 미국과의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대응해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 시행 계획을 내놨다. EU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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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뉴스1

유럽‧캐나다 등이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위축을 대비해 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관세 영향권에 있는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재정 적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적자가 대폭 늘더라도 재정을 풀어 경기 둔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첨단기술 투자를 위한 약 1조 위안(20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 계획까지 내놨다.

유동성 증가로 인플레 다시 오나

미국에 대한 반발로 주요 국가들이 돈 풀기에 나서면서 또다시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팬데믹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물가가 오른다. 지난달 미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8%로, 통상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목표로 삼는 2%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관세 자체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유지될 경우 올해 물가가 0.5~0.7%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한국이 보복 관세에 나서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의 물가가 오르면 수입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 확대는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관세와 그 보복관세까지 물가를 자극하면서 또다시 이전과 같은 인플레이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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