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여야는 일요일인 16일에도 장외 여론전을 이어갔다. 왼쪽 사진은 국민의힘 조지연·권영진·김정재·임종득·박준태 의원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도보행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여야 공동으로 탄핵심판 승복 선언을 하자”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승복하겠다”는 여야 지도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개별 의원들의 헌재 압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헌재 선고가 다음주로 예상된다”며 “판결 전에 여야가 함께 공식적인 자리에서 승복 메시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헌재 앞에서 폭력 사태로 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폭력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승복은 항복이 아니라 극복과 회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분노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헌재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든 대한민국은 봉합되기 어렵다”며 “여야 지도부가 공동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썼다.

여야 비주류로부터 나온 이러한 승복 요구에 여야 지도부도 화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헌법 재판은 단심으로, 선고되면 모두가 (결과에) 기속(羈束)된다”며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 판단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최종 변론 때 그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달 24일에도 “헌재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탄핵 찬반을 둘러싼 진영간 갈등과 분열이 잦아들지 않자 이날 재차 ‘승복’을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 나이트’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양당 모두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연히 승복해야 하고, 승복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는 당연하게도 “헌재 결정을 따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와 달리 개별 의원들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탄핵 기각·각하와 인용을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는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된 후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 앞 릴레이 시위와 주말 집회로, 민주당은 도심 행진과 단식·삭발 등으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의원들의 집회 참석에 대해 “개별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권 원내대표)이라며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파면 촉구 도보 행진과 의원총회는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여야는 승복 선언 문제도 서로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기자회견이든 공동 메시지든 승복 메시지를 내겠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수시로 말이 바뀌는데, 공개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은 헌재를 겁박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헌재로 우르르 몰려가 압박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라”고 따졌다.

2017년 3월 10일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직후 여야는 일제히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명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