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사 강대강 치닫는 현대제철, 비상경영 첫날 안전사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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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철강업계의 고민이 커진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노사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은 ‘비상경영’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안전사고로 직원이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럴 때일 수록 노사가 상생의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전 임원 급여 20% 삭감, 해외 출장 최소화 등 비용 절감 방안도 제시했다. 일부 직군에서 시행한 희망퇴직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만큼 회사를 둘러싼 외부·내부 환경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철강 업계를 덮친 관세 장벽이 걱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부터 연간 263만t(톤)의 한국산 철강재를 무관세로 수입하던 ‘철강 쿼터제’를 폐지하고, 2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 저가 공습도 진행형이다. 앞서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후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지만, 열연 제품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내부적인 극한 노사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노조와 20차례가 넘는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2월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회사는 1953년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뒀다. 지난달 2월 24일부터 시작된 부분 직장폐쇄는 지난 12일 해제되면서 대화가 재개됐지만, 13일 열린 노사 협상은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다시 결렬됐다.
회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한 날,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14일 오후 1시 16분쯤 포항 남구 현대제철 포항1공장에서 20대 비정규직 직원 A씨가 쇳물 찌꺼기를 받는 포트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방성준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수석지부장은 “17일 노조에서 중대 재해 대책 회의를 열 계획이며, 1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측은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고 경위 파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엄혹해진 경영환경에 안전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흉흉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사가 강대강 대치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 극한 대치는 관세나 중국산 물량 공세로 경쟁력 위기에 놓인 현대제철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노사가 상생의 관점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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