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SK 선수들.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가 역대 가장 빨리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전희철(52) 감독이 지휘하는 SK는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원주 DB를 75-63으로 크게 이겼다. SK 안영준(30)이 19점·7리바운드, 김선형(37)이 17점·6리바운드·4어시스트로 승리에 앞장섰다.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31)도 15점·10리바운드로 거들었다.

선두 SK(37승9패)는 2위 창원 LG(28승17패)와 승차를 8.5경기로 벌려, 남은 8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상금은 1억원. SK는 46경기 만에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며, 2011~12시즌 47경기의 DB(당시 동부)를 제치고 ‘최소 경기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SK의 정규리그 우승은 세 시즌 만이자 통산 네 번째(2012~13·2019~20·2021~22)다. 전날(15일)까지 ‘2’였던 SK의 우승 매직넘버(필요한 승수)는 이날 앞선 경기에서 2위 LG가 수원 KT에 62-90으로 지면서 ‘1’로 줄었다.

SK의 우승은 ‘이변’이자 ‘반란’이다. 시즌 전 전문가들이 꼽은 우승 후보는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팀 부산 KCC와 정규리그 우승팀 DB였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SK는 중위권으로 평가됐다. SK는 그런 예상을 깼다. 시즌 초반 9연승, 후반기 10연승 등 압도적 전력을 보여주며 선두를 질주했다. 남은 8경기를 모두 이기면 역대 한 시즌 최다승(44승)과 최고 승률(81.5%)이 된다.

SK 선전의 비결은 2021년부터 팀을 이끄는 ‘전희철 감독’이다. 농구에선 연속 패배 횟수가 적은 팀이 강팀인데, SK는 이번 시즌 연패가 한 번뿐이다. 전 감독은 스타 출신 지도자로는 드물게 ‘데이터광’이다. 영상 분석과 데이터를 토대로 경기마다 다른 최적의 전략을 찾아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낸다. SK는 팀 평균 득점 1위, 리바운드 2위다. 블록슛도 2위다. 또 하나 ‘워니 활용법’이 주효했다. 워니는 이날 DB전까지 46경기에 모두 출전해 23.5점·12.3리바운드·4.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필드골 성공·2점 성공·수비 리바운드 1위다.

전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2021~22)부터 SK를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두 번째 시즌(2022~23)에도 SK를 챔프전까지 올려놨다. 가장 고전했다는 지난 시즌(2023~24)에도 정규리그 4위로 6강 플레이오프(PO)에 올랐다. 꾸준히 성적을 내는 지도자다. 1위 SK는 2위와 함께 4강 PO에 직행한다. 경쟁자보다 느긋하게 ‘봄 농구’를 준비할 수 있는 전 감독은 세 시즌 만의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프전 석권)이 다음 목표다. 그는 “나도 선수들도 우승할 줄 몰랐다. 팀 컬러가 스피드인데, 뻔하지 않고 펀(Fun)한 속공 농구를 해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