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금 강릉엔 예술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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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도호부 관아 마당에 설치된 윤석남 작가의 설치 작품. 개를 그려 넣은 나무 조각이 367점에 이른다. 강릉역과 옛 함외과 건물도 예술 축제 공간으로 쓰인다. [사진 파마리서치문화재단]

강원 강릉시 용강동에 자리한 강릉대도호부 관아(江陵大都護府 官衙). 고려·조선 시대 강릉의 행정을 담당했던 이곳이 현대 예술을 품은 공간으로 변신했다. 마당엔 윤석남 작가의 나무 강아지 조각 367점이 늘어섰다. 작품 제목은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로, 버려진 개들을 돌본 이애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무 조각 위에 1025마리의 개를 그린 작품이다. 이 밖에도 중대청 안에 홍이현숙 작가의 영상 작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강릉’이, 또 다른 건물 전대청 안엔 아르메니아계 시리아 작가 흐라이르 사르키시안의 영상 작품 ‘스위트 앤 사우어(Sweet and Sour)’가 전시됐다.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이하 GIAF)이 지난 14일 개막했다. 강릉이라는 도시와 현대예술을 연결하겠다는 뜻으로 출범한 국제 예술행사로 다음달 20일까지 이어진다.

GIAF는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도시 곳곳의 장소와 예술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광주·부산·제주 국제 비엔날레와 닮았지만, 출발점과 운영 방식 등은 다르다. 다른 비엔날레는 지자체가 주도해왔지만 GIAF는 강릉 출신 기업인 정상수 회장이 설립한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사장 박필현)이 기획했다. 1993년부터 바이오기업 파마리서치를 이끌어온 정 회장은 2018년 문화재단을 만들고 아트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이번 페스티벌의 제목은 ‘에시자, 오시자’다. 강릉단오굿에서 악사들이 사용하는 구음에서 따온 것으로, ‘하늘과 땅의 모든 존재를 초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는 강릉역, 옛 함외과, 작은공연장 단, 창포다리, 옥천동 웨어하우스, 강릉대도호부 관아, 일곱칸짜리 여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등 8개 장소에서 11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모든 전시장이 요즘 강릉의 ‘핫플’인 명주동 카페거리 인근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모든 프로그램을 도보로 이동하며 볼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전시공간에 포함된 강릉역엔 강릉 출신의 김재현 작가의 작품 ‘써클 트래킹’이 깃발처럼 천장에 걸렸다. 옥천동 웨어하우스에선 정연두 작가가 강릉단오제를 경험하며 마주한 풍경을 피아노 연주와 결합한 신작 ‘싱코페이션 #5’를 상영한다. 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선 호추니엔 작가의 신작 다섯 편을 엮어 ‘변신술사’라는 주제로 상영한다. 1958년엔 교회로 지어졌다가 2010년 강릉시가 매입해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작은공연장 단에선 ‘이양희 산조’ 공연과 ‘이양희 입춤’ 영상 상영이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필현 이사장은 “남편 정 회장의 고향 강릉 사랑이 정말 지극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곳을 예술 도시로 가꿔보겠다는 의지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예산도 커졌다. 1회 때 2.9억원, 2회 때 4.8억원이었던 예산이 올해는 7억원가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화 작가인 박 이사장은 “2년 뒤 경포대 근처에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문화복합시설이 준공된다. 거점 공간이 마련되면 더 좋은 환경에서 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 봉사자로 구성된 시티 가이드와 시티 도슨트가 함께하는 안내 프로그램(6인 이상은 별도 예약 가능)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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