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개나리보다 먼저 노랗게 피는 봄의 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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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됐습니다. 이젠 바람 안에서도 따듯한 기운이 느껴지지요. 이맘때면 ‘봄의 전령사’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곤 하죠. 봄소식을 알리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주로 개나리나 진달래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4월이 다 되어야 꽃이 피기 시작하는 편이죠. 그보다 빨리 꽃을 내미는 풀과 나무도 꽤 많아요. 이번에는 개나리처럼 노란 꽃을 피우면서도 개나리보다 이르게 봄을 알리는 생강나무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참, 비슷하게 노란 꽃이 피는 산수유와 헷갈리기 쉬운데, 꽃자루가 산수유보다 굵고 암수딴그루라 암꽃 수꽃이 따로 핍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0 생강나무
생강나무는 이름 그대로 생강 향이 나는 나무예요. 다만 우리가 요리할 때 먹는 생강과는 다른 식물이죠.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잘라 냄새를 맡으면 생강 향 같은 싱그럽고도 알싸한 향이 나는데요. 어떤 이들은 레몬 향이라고도 합니다. 예전에는 생강 대신 생강나무 가지를 꺾어 요리할 때 사용하기도 했대요. 여린 새잎을 쌈 싸 먹을 때 먹거나 장아찌로 담아서 먹기도 합니다. 열매로는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썼고, 말린 가지와 나무껍질은 한방 약재로도 쓰죠.
생강나무의 학명은 ‘Lindera obtusiloba’이고, 녹나무과에 속합니다. 녹나무과 나무들은 진한 향을 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 진한 향을 만들어내는 물질이 우리를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로 나무껍질과 잎, 꽃을 활용하는데,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성질이 있어 차로도 많이 마셔요. 그 외에도 혈액순환 개선, 해열, 면역력 강화, 통증 완화 등 몸에 좋은 작용을 해주는 약재로 사용해 왔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0 생강나무
그렇다면 생강나무는 우리를 위해서 그런 물질을 만들어준 것일까요? 사실 시작은 생강나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잡아먹을 초식동물로부터 지키려면 스스로 방어물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대부분의 식물은 일종의 독을 가지고 있고, 그 독의 성질이나 양에 따라 우리는 이를 몸에 좋은 물질이나 약으로, 때로는 독약으로 활용해 왔어요.
그 독의 재료는 뭘까요? 식물마다 다르고 하나의 식물 안에도 여러 물질이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것을 흡수해야 그런 다양한 독을 만들까요? 그 독의 출발은 ‘질소’입니다.
식물은 주로 ‘질소’ ‘인’ ‘칼륨’ 세 가지 거름을 주로 먹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질소가 중요합니다. 질소는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바탕이 되고, 곡식 낱알 속 단백질의 양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죠. 식물들의 독은 주로 알칼로이드 물질이라고 합니다. 알칼로이드는 쉽게 말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질소를 포함하는 화합물이에요. 현재까지 2만 종이 넘는 알칼로이드 물질이 발견됐죠. 알칼로이드는 항암·항염 효과 및 향정신성 의약품, 기호식품까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데요. 기호식품으로 유명한 커피 하면 떠오르는 카페인이나 담뱃잎에서 나오는 니코틴 등도 알칼로이드의 일종이에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0 생강나무
식물은 자기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만들고, 그 물질을 자신을 방어하는 물질로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양귀비가 만드는 알칼로이드 물질인 모르핀은 외부 자극 때문에 세포벽이 손상됐을 경우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요. 사람에게는 아편계 진통 의약품으로 사용돼, 다양한 중증 통증 완화 역할을 하죠. 생강나무의 경우 알칼로이드 성분이 신경 안정 및 해열, 통증 완화에 기여해요. 다만 이러한 물질을 섭취할 때는 부작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식물은 질소를 흡수해 알칼로이드를 만들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면 다양한 효과를 내는 한 가지 물질을 찾아내거나 만들어야 하는데, 질소가 그런 물질인 거죠. 특별히 우선적으로 독을 만들어서 포식자를 막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그 물질을 만들어 살아가는 데 쓰다 보니 우연히 곤충이나 초식동물이 먹지 않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저래 바쁘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요즘 시대에 한 가지 물질로 여러 역할을 하는 식물들로부터 효과적인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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