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알루미늄캔 수거율은 96%, 실제 재활용 비율은 37%…왜?
-
2회 연결
본문

분리 배출된 알루미늄 캔. 사진 프리랜서 이상윤
맥주·콜라 등 캔 음료에 쓰이는 알루미늄 용기는 시스템만 잘 갖춰지면 계속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이를 모르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서울환경연합과 알루미늄 재활용 전문 기업 노벨리스 의뢰로 두잇서베이가 지난달 24~25일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응답자 1012명 가운데 57.4%는 '수거된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할 경우(캔투캔)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알고 있었다'는 응답자는 42.6%에 그쳤다.
알루미늄 캔은 재활용성이 높은 데다 모든 제품의 합금 비율도 같기 때문에, 따로 수거하면 품질 손상 없이 새 알루미늄 캔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사실상 무제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또, 재활용하면 천연자원으로 새 알루미늄 캔을 생산하는 것보다 탄소배출량을 95% 줄일 수 있다.
분리배출 열심히 했는데…해외서 재활용 캔 수입

폐 알루미늄 캔이 노벨리스 코리아 영주공장에서 캔투캔 재활용 공정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 이상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용 수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분리배출된 알루미늄 캔의 대다수가 '다운사이클링'(낮은 품질로 재활용)되고 있다. 2023년 국제알루미늄협회(IA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거된 알루미늄 캔의 63%가 질이 저하된 알루미늄 제품으로 재활용돼 10년 내 폐기되거나, 일회용 철강산업 소재로 재활용돼 폐기 수순을 밟는다.
시민들이 분리 배출을 한 덕에 수거율은 96%로 높지만, 실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7%에 불과한 것이다. 태국(78%), 호주(74%) 등 해외 캔투캔 재활용률의 절반 수준이고, 한국과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진 일본(60%)보다도 현저히 낮다.
이런 탓에 국내 생산 업체들은 해외에서 수거된 알루미늄 캔을 수입해 원료로 쓰고 있다. 노벨리스의 경우 영주공장에서 한 해 생산하는 알루미늄 코일(합금 알루미늄 제품 재료) 54만톤(t) 가운데 약 80%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하는데, 이 재활용 소재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온에 녹은 폐 알루미늄 캔이 새 알루미늄 캔 소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이상윤
독일 재활용률 98%…"알루미늄 캔 보증금제 찬성"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는 알루미늄 캔과 페트병, 유리병 등을 따로 회수하는 보증금제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2003년부터 '판트(Pfand·보증금)제도'를 전국에서 시행한 결과, 알루미늄 캔과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률이 각각 98%에 도달했다. 음료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0.25유로(약 394원)를 부과하고 폐용기를 판트 기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시민들은 알루미늄 캔의 무제한 재활용 가능성을 알게 된 이후, 알루미늄 캔 음료 선호도(84.1%), 분리배출 참여 의사(88.1%), 캔 보증금제 찬성률(78.6%) 모두 크게 올랐다"며 "국내에서도 캔투캔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수거 인프라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활용 공정을 거쳐 탄생한 알루미늄 코일(합금된 알루미늄 재료). 사진 이상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