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5% 관세 피할 우회로 없다…각자도생 나선 완성차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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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미국 자동차 관세 시행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관세 부과 시행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자동차 관세뿐 아니라 상호관세까지 중복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강행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는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다.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금융전문 채널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한국·일본·독일 등에서 수입된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느냐’는 질문에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모든 곳에 적용돼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다녀온 정부 당국자도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3~14일(현지시간) 방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당국자를 만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6일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어떤 형태로든 상호관세가 발표될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수입산 자동차 관세에 대해선 “이번 대화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자동차 관세와 상호관세가 모두 부과될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은 2016년부터 승용차에 무관세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부가가치세, 전기차 보조금 등 비(非)관세 요소를 트집 잡고 상호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불공정무역,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에 상호관세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현대차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미투자 성과와 향후 투자계획, 비전에 관해 설명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78억 달러(약 25조8000억원)의 대미투자를 했는데 이같은 장기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76억 달러(약 11조원)가 투자된 HMGMA는 2022년 착공 당시 연산 30만대 생산으로 계획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66.7% 늘어난 연산 50만대 수준으로 생산 목표를 올렸다. 기존 조지아주 기아 공장(연 35만대 생산),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연 33만대 생산)까지 합치면 미국에서만 연간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대미수출 물량(99만5477대)을 뛰어넘는 숫자다.

‘철수설’까지 도는 한국GM은 현대차그룹보다 트럼프 관세의 영향이 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이 지난해 생산·판매한 차량 49만9559대 중 미국 수출분은 41만8792대로 83.8%에 달했다. 이달 초 한국GM의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실판 아민(Shilpan Amin)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을 방문해 생산 상황을 점검했다. 한국GM 임원 일부는 지난 6일 박종원 통상교섭본부장과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금속노조 소속 한국GM 지부 집행부는 15~22일 본사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 방미 중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세는 미국 자동차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며 “한국의 대미투자액을 강조하면서 관세정책 수정을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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