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 “상호관세 뒤, 다시 양자협정…”한미FTA 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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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 각국과 양자 협상으로 새 무역협정을 맺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겠다고 한 상호관세 시행 이후다. 상호관세로 압박한 뒤 ‘공정한 상호이익’이란 명분을 들이밀며 미국에 유리한 ‘룰’로 새 협정을 맺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8대 무역적자국 중 하나인 한국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에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이후) 미국은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잠재적인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호관세 후 각국과 새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언급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루비오 장관은 모든 국가가 새 무역협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암시했다. 양자 협정의 ‘새로운 기준선’으론 공정성과 상호성을 제시했다. 루비오 장관은 “공정성과 상호성을 바탕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불리한 상황이 개선된 ‘공정한’ 무역협정을 맺겠다는 얘기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시행 배경을 설명하며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왜 다른 국가가 이것(상호관세)을 좋아하지 않는지 이해한다. 왜냐하면 무역의 현 상태가 그들에게 좋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상태를 설정할 것이고, 원한다면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자동차·반도체 ‘관세폭탄’ 먼저 때리고 협상 가능성
루비오 장관은 미국에 불리한 대표적 무역 대상국으로 유럽연합(EU)을 지목했다. 그는 “EU의 경제 규모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데 왜 그들은 우리에게 무역흑자를 기록할까”라며 “냉전 기간을 포함해 30~40년간 우리는 부유하기를 원하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루비오 장관이 한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국도 타깃이 될 전망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먼저 한국의 일부 수출품목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나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선(先) 관세 부과 후(後) 양자 협상’ 방식이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례에 비춰볼 때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폭이 큰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일부 품목에 우선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기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하기로 했다.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정책과 규제 등을 모두 문제 삼겠다는 의미다. 특히 한·미 FTA로 사실상 관세가 없는 한국에 대해서는 비관세 장벽이 빌미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와 보조금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각종 규제 ▶30개월령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와 농산물에 대한 검역제도 ▶스크린쿼터 등이 있다.
아울러 한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로’라는 미국의 의심도 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실상 완성된 제품을 한국에서 포장만 바꿔 미국에 수출하는 사례 등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빌미 삼아 관련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 불균형이 큰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정당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한·미 FTA 폐기를 위협하면서 재협상을 끌어냈고, 부분 개정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재협상 수위는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예 별개의 새로운 협정 체결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FTA의 경우 재협상 시 한국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미국도 알고 있다”며 “일부 품목에 대한 새로운 협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루비오 장관의 발언만으로 상호관세 부과가 FTA 재협상 등으로 이어질지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실제 관세 부과까지 시간이 남았고, 그동안 한·미 FTA를 특정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은 없어서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실제 미국의 무역적자국 중 FTA를 맺은 나라는 멕시코·캐나다(이상 USMCA)·한국 정도”라며 “멕시코와 캐나다 등 다른 국가의 협상 과정을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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