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월에 웬 눈이”…때아닌 대설, 변덕스러운 날씨에 시민들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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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한 시민이 눈 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때아닌 3월 폭설이 내린 18일 시민들은 변덕스러운 날씨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서울 전역에 발효된 대설특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로 역대 가장 늦은 대설 특보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선일초등학교 인근에서 자신의 가게 앞 눈을 치우던 한 60대 남성은 “쨍쨍한 3월 봄날에 눈이 내리는 게 당황스러워서 새벽 6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지팡이를 짚고 장을 보러 나온 이모(78)씨는 “3월에 패딩을 꺼내 입고 눈을 맞을 줄은 몰랐다. 날씨가 이랬다저랬다 무슨 일인가 싶다”며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길가에는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다.

18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언덕길에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옆에는 제설 도구가 놓여 있다. 전율 기자
직장인들은 붐비는 출근길 등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날 지하철 역사와 버스정류장 주변은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이른 아침부터 혼잡했다. 인도에 흥건하게 녹아 있던 눈이 바지에 튀면서 옷에 얼룩이 생긴 시민들도 보였다.
잠실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윤정(25)씨는 “오전 7시20분쯤 2호선 을지로입구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바닥에 눈이 녹아서 슬러시처럼 질척거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미진(28)씨는 “출근길이야 매일 고된 것이지만, 눈이 내리니까 유독 사람이 더 붐볐다”며 “회사에 도착해서도 마주친 사람마다 ‘3월에 눈이 말이 되느냐’는 말을 꺼내 화젯거리였다”고 했다.

18일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시민들이 함박눈을 맞으며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이 그치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퇴근길도 벌써 걱정이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노원구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고장석(33)씨는 “아침에 버스가 안 와서 지하철역까지 따릉이(공공 자전거)를 타고 갔다”며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서 발이 묶이면 저녁때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3월 눈폭탄’이 만든 설경을 신기해하는 반응도 있었다. 동작구 숭실대입구역에서 관악구 서울대로 등교한 대학원생 이모(27)씨는 “평소보다 버스에 승객이 많아서 손잡이도 제대로 못 잡고 (사람들에) 낀 상태로 학교에 오느라 힘들었는데,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 내린 학교 풍경을 찍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했다. 이날 서울대 인근에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등산화를 신은 채 관악산을 찾은 시민도 적지 않게 오갔다.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로 향하는 길을 지나는 차량들. 화단과 나무에 눈이 쌓여 있다. 서지원 기자
이날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는 전날 밤부터 내린 눈으로 대설특보가 내렸다. 오전 서울 곳곳에서 눈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있었다. 오전 6시18분쯤 내부순환로 성산 방향 정릉터널 입구에선 차량 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6시36분쯤엔 성수대교 북단 방향에서 승합차 1대가 미끄러져 중앙 난간을 들이받았다. 두 사고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배달커넥트 등 배달 라이더 앱은 안전장비 착용과 서행을 당부하는 공지를 올렸다.
각 지자체는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전날 밤부터 제설 대책 비상근무 1단계를 가동해 인력 5200명, 장비 1100여대를 투입했다. 경기도는 전날 오후 9시를 기해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5대 취약분야(붕괴·전도·정체·미끄러짐·고립)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등 조치를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눈이 녹았더라도 저녁에 기온이 낮아지면 도로에 블랙 아이스가 생길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봄철 늦게 오는 눈은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서 특히 터널이나 고가도로, 해가 잘 들지 않는 지역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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