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겨울보다 많은 눈 쏟아진 '3월의 설국(雪國)'…계절 비켜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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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3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8일 서울 경복궁과 북악산에 내린 눈이 설경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전국에 봄의 설국(雪國)이 펼쳐졌다.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절기 춘분(春分)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내린 폭설이 만든 풍경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눈이 쏟아졌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전날 밤 8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최심신석설은 서울 강북구가 11.9㎝, 경기 의정부 13.8㎝, 강원 화천 14.3㎝ 등을 기록했다. 최심신적설은 눈이 새로 내려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의 깊이를 말한다.

이미 많은 눈이 내려 쌓여 있던 강원 산지에는 적설 기록이 1m를 넘긴 곳도 있다 강원 고성 향로봉은 47.7㎝의 눈이 추가로 내리면서 136.5㎝의 적설을 기록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의 경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로 가장 늦은 시기에 대설특보가 발령됐다. 기존 기록이었던 2010년 3월 9일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졌다.

북극 찬공기·따뜻한 서해가 만든 ‘극저기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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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광화문 봄글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스1

3월 중순에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 건 서해상에서 발달한 ‘극저기압’(Polar Lows) 때문이다. 극저기압은 극지방의 한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 이번 극저기압의 경우, 북극에서 내려온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가 수온이 영상 10도 정도인 서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 저기압이 한반도에 강풍과 함께 눈폭탄을 퍼부은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상층의 찬공기가 마치 하수구에서 물이 소용돌이쳐 떨어지듯이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면서 지상 부근의 저기압을 굉장히 발달시켰다”며 “이로 인해 대기의 불안정이 심해졌기 때문에 돌풍이나 폭설 같은 복합적인 위험 기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일 눈 대신 꽃샘추위…서울 -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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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강원 등 일부 지역은 이날 밤까지 더 많은 눈이 내려 쌓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오늘(18일) 밤까지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상권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쌓이겠고,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고 했다.

19일에는 꽃샘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아침 기온이 -2도를 기록하겠고, 경기 양주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10도까지 떨어져 한겨울 같은 추위를 느낄 수 있다. 꽃샘추위는 20일까지 이어지다가 점차 풀릴 것으로 보인다.

당황스러운 봄·가을 폭설 “온난화가 계절 기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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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올겨울의 폭설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서울만 봐도 늦가을인 지난해 11월과 봄인 3월에 겨울철보다 더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 서울 관측소 기준으로 이번에 내려 쌓인 눈은 8.9㎝로 겨울철 최심신적설 기록을 뛰어넘었다. 강원 영동에도 겨우내 눈이 거의 내리지 않다가 이달 들어 눈폭탄 수준의 폭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규칙한 폭설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갇혀 있던 냉기가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까지 내려오게 됐고, 따뜻해진 바다 위 수증기와 만나 폭발적인 눈구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북극 해빙 면적은 평년보다 8% 줄어 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1월이나 3월에 폭설이 내리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라며 “극지의 온난화와 해수면 온도 상승 같은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이 계절 기후를 바꾸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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