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집값 궤도 이탈…5~10년 주기 ‘사이클’이 사라졌다

본문

롤러코스터 타는 부동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궤도를 벗어났다. 집값이 오르내리는 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불규칙해지는 등 부동산 시장 사이클(순환주기)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집을 사고팔려는 실수요자와 보유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달(0.01%) 대비 0.24% 오르며 5개월간 이어진 상승률 내림세가 멈췄다(한국부동산원). 올해 시장을 ‘상저하고’로 봤던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의 예측과 다른 양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기폭제가 됐다는 게 중론이지만, 토허제 만으로는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흐름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17423110305149.jpg

김경진 기자

통상 부동산 시장은 5~10년 주기로 ‘회복-확장-둔화-위축’의 사이클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순환 주기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3년부터 2022년 초까지 최장기 대세 상승기였다. 이후 2023년 중반까지 15개월 안팎 폭락세를 보였다. 이때 집값이 20~30% 떨어진 곳이 속출했다. 이후 시장은 짧은 주기의 등락을 거듭했다. 2023년 5~10월 상승, 11월~2024년 2월 하락, 3~8월 상승, 9월~2025년 1월 하락 후 최근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인다.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거래량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월 2688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같은 해 7월 9224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이후 급락해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매월 3000건대에 그쳤다. 하지만 올 2월 거래량은 5171건(17일 실거래 신고 기준)으로 반등했다.

17423110306598.jpg

김경진 기자

부동산 심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국토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1~8월 상승, 9~12월 하락, 올 1~2월 상승했다. 특히 2월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달 대비 14.3%포인트 오르며 4년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조차 시장 전망에 애를 먹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부동산 전문가 138명, 공인중개사 517명, 자산관리전문가(PB) 78명을 상대로 수도권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전문가의 54%는 상승, 공인중개사 56%는 하락을 점쳤다.

17423110308025.jpg

김경진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똘똘한 한 채 등 서울 아파트의 자산화(Assetization)가 심화하면서 변동성이 커졌고, 소셜미디어(SNS) 발달로 정보량이 급증하면서 토허제 같은 이슈에 쏠림 현상이 즉각 나타난 게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시장 에너지 또는 펀더멘털(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서울 내 집값 양극화, 파편화가 심화하면서 수요자들의 집단 불안 심리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하락세가 이어지는 지방과 달리 서울 부동산 시장은 향후에도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조기 대선 여부와 결과, 금리 인하 횟수와 강도,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여부 등 대출 규제, 주택 공급 부족 이슈, 전세시장 불안, 분양가 상승, 재건축·재개발 속도 등 변수가 많아서다. 서울시의 토허제 재지정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주택시장의 최대 변수는 정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03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