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바람에 강했다…매킬로이, 연장 끝 스펀 누르고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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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제 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상금 65억원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인근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에서 벌어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는 전날 4라운드에서 JJ 스펀(35·미국)과 12언더파 동타를 기록한 뒤, 이튿날 아침 열린 세 홀(16~18번 홀) 연장전에서 ‘버디-보기-보기’로, 17번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한 스펀을 눌렀다.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16번 홀. 매킬로이는 북풍에 흔들리는 소나무 숲을 넘겨 336야드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다. 스펀의 티샷은 러프로 갔다. 매킬로이는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스펀은 1~4라운드에서 세 차례 버디를 잡은 이 홀에서 파에 그쳤다.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17번 홀. 스펀은 매킬로이가 클럽 꺼내는 모습을 흘끗 훔쳐봤다. 9번 아이언이었다. 바람을 참조할 수 있기 때문에 파3 홀의 경우 뒤에 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 17번 홀처럼 물로 둘러싸인 곳은 더욱 그렇다. 거리는 130야드로 짧지만, 그린이 작고 맞바람이 강해 볼 스피드와 탄도는 물론 스핀까지 컨트롤해야 했다. 매킬로이는 9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공을 세웠다. 스펀은 8번을 휘둘렀다. 공은 그린을 살짝 넘더니 물에 빠졌다. 스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장전을 앞두면 선수들은 경기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필요한 샷을 연습한다. 매킬로이는 “스윙 5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2온이 가능한 파5 16번 홀에서 두 번, 파3 17번 홀에서 한 번, 파4 18번에서 두 번의 스윙 얘기다. 그는 “연습장에서 (17번 홀 티샷과) 같은 방향으로 트랙맨을 놓고 볼을 쳤다. 9번 아이언 4분의 3 스윙으로 결정했고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스펀도 똑같이 준비했다. 그는 “로리 (매킬로이)가 9번 아이언을 친 걸 알고 있었지만, 나보다 장타자이니 그가 무슨 클럽을 치는지가 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는 연습장에서 여러 번 쳐봤고, 8번 아이언이 맞는 거로 나왔다. 그리고 훌륭한 샷을 했다. 볼이 물에 빠질 때까지도 그게 넘어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다. 돌풍이 분 건 내 운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장전이 열린 17일은 세인트 패트릭 데이다. 아일랜드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를 기념하는 축제일이다. 아일랜드의 상징인 녹색 옷으로 입고 북아일랜드 출신인 매킬로이를 응원하는 관중도 보였다. 매킬로이는 2019년에도 세인트 패트릭 데이에 우승했다.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나는 그가 우승을 월요일(17일)로 미루려 한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농담했다.

17번 홀 티샷이 물에 빠진 뒤 스펀이드롭존에서 친 볼은 스핀이 너무 많이 걸려 러프와 그린의 경계까지 굴렀다. 퍼트를 할 수 없어 칩샷을 했는데 홀을 3m 지났다. 퍼트도 못 넣어 트리플 보기가 됐다.

매킬로이는 PGA 투어 28승째를 기록했다. 메이저 4승에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2승째다. 450만 달러(약 65억원)의 골프 최대 우승상금을 챙겼다. 이제 3월인데 벌써 2승으로 역대 가장 좋은 출발이다. 시그니처 대회인 페블비치 프로암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라 순도도 높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와 3위 잰더 쇼플리(32·미국)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스터스에서도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니맨’ 스펀은 시즌 세 번째 톱10이다. 그는 ‘올해 성적이 좋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평생 골프가 인생의 전부였는데, 아이가 생긴 뒤로 골프는 ‘그냥 골프’가 됐다. 골프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닌 걸 알게 됐고 이후 좋아졌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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