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000㎉만 먹어도 괜찮다…1㎝ 더 높이 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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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우상혁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점프 훈련을 하고 있다. 그의 최고 기록은 2m36이다. [뉴스1]

아침에 일어나면 가볍게 몸을 푼 뒤 그날 훈련을 머릿속에 그린다. 물만 마실 뿐 밥은 없다. 오전 3시간 훈련. 대구육상진흥센터 내 트랙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스피드 훈련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점프는 뛰기도 거르기도 한다. 점심은 가볍게, 주로 생선과 채소를 먹는다. 다 합쳐야 1000㎉ 남짓. 오후엔 웨이트 트레이닝 등 보강훈련. 그리고 나선 다음 날 아침까지 아무것도 하지도 먹지도 않은 채 숙소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음악조차 듣지 않는다. 산속 암자의 선승 같은 ‘스마일 점퍼’ 우상혁(29·용인시청)의 일일 루틴이다.

“높이뛰기 선수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늘 같은 훈련을 반복하며 매달 한두 번인 대회를 기다리죠. 시즌 중에는 2m30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언젠가 2m40을 뛸 수 있죠. 저뿐 아니라 세계적 선수들 모두 그럴 거예요. 지금 몸무게(66~68㎏)는 5년 전부터 유지해요. 전에는 시즌 앞두고 극단적으로 뺐는데, 지금은 하루 한 끼(시즌 중)가 일상이에요. 배 안 고파요. 아무렇지 않아요.”

2025 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개막(21일)을 2주 앞둔 지난 7일, 우상혁은 체육관에서 스피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단거리 선수라 해도 될 만큼 빨라 보였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 치곤 키(1m88㎝)가 크지 않다. 경쟁자인 해미시 커(28·뉴질랜드, 1m98㎝), 장 마르코 탬베리(33·이탈리아, 1m91㎝)보다 작다. 이를 극복하려면 조주로(도약 구간)를 남보다 좀 더 빨리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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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속도만 올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우상혁은 “점프력이 부족하면 속도를 더 낸다. (높이뛰기는) 역학적으로 수평운동을 수직운동으로 전환하는 건데, 사실 그게 가장 힘든 포인트”라며 “속도를 높이로 바꿀 때 발목이나 무릎에 부담이 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평소 꾸준한 훈련과 루틴이 중요하다. 그가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높이뛰기는 남보다 1㎝라도 더 높이 뛰려고 피땀을 흘리는 종목이다. 그런데 우상혁은 “계산적으로 하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라고 반대로 말했다. 기록에 연연하면 오히려 방해될 수 있어서다. “그저 하루 3시간 훈련을 빈틈없이 몰입하는 것”을 자신의 우선으로 꼽은 그는 “컨디션에 따라 (종전 최고 높이를) 뛸 수도 못 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절제하는 삶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노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한 번도 (높이뛰기 선수가 된걸) 후회하거나 ‘다른 걸 할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10살 때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높이뛰기에 청춘을 바치자’고 했거든요.”

우상혁은 지난달 두 차례 실내대회에서 2m31과2m28을 뛰어 우승했다. 2m31은 올해 세계 2위 기록이다. 이번 난징 세계선수권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가 다 나온다. 올해 2m34로 우상혁보다 기록이 좋은 올레 도로시추크(24·우크라이나)도 그중 하나다. 남자 높이뛰기 경기는 21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시작한다. 이번 대회는 오는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우상혁의 최고 기록은 3년 전 뛴 2m3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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