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후배들 비판한 교수들…의료계 반발에도 잇단 응원 목소리
-
2회 연결
본문

의대생·전공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낸 강희경·하은진 서울대 교수(왼쪽부터)가 18일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 시스템 수행지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의적의(의사의 적은 의사)”와 “전국에 의대 교수는 네 분밖에 안 계신 것 같습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가 17일 페이스북에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글을 올린 뒤, 댓글창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을사오적에 빗댄 “을사사적”처럼 전공의·의대생의 ‘적’이 된 강 교수를 향한 비난과 욕설 한켠에선, “응원하고 지지한다”라거나 “용기 있는 말씀에 동감하고 응원을 보탠다”는 이들도 있었다.
둘로 나뉜 소셜미디어처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이 던진 ‘작심 비판’이 의료계 안팎을 달구고 있다. 이들은 17일 낸 성명서를 통해 동료 복귀를 막고 강경 모드만 이어가는 의대생·전공의 지도부의 투쟁 방식 등을 직격했다.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라며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면서다.
의료계에서 보기 어려운 내부 비판의 후폭풍은 즉각적이었다. 당장 쓴소리 대상이 된 이들은 ‘교수 자격이 없다’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당직 떠넘기고 싶으니 제자(전공의)들이 보고 싶은 것”, “정치에 기웃거리는데 치료를 잘하겠냐”는 비판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를 채웠다. 한 사직 전공의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수 4명은 배신자로 완전히 찍혔다”고 말했다.
동료 교수 사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계 인사 등 500명 가까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의사를 악마화했다” “안타까운 자폭”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지도 학생 중 한 명은 햄버거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태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성명은) 전체 서울의대 교수들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해야 할 말을 대신 해줘 감사할 따름”이라는 의료계 안팎의 응원과 지지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대 교수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강경 목소리가 과대 대표될 뿐이지, 침묵하는 다수는 성명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수도 “(성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강 교수 등 성명을 낸 교수 4명에 대해 “제자를 위해 참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료계 내부자로서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공표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환자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명 맨 앞에 이름을 올린 하은진 서울대 의대 교수(중환자의학과)는 18일 “(교수들을 향한) 사이버 공격은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며 “성명을 계기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의 성명을 계기로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함부로 말하는 소수 전공의와 가르치는 일에 관심없는 소수의 교수 때문에 교수·전공의 전체 간의 갈등이 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부적합한 전공의를 걸러내고, 가르칠 능력 없는 교수가 가르칠 수 없도록 계약 관계에 맞게 수련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