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尹선고 또 한주 넘어갈 듯…길어지는 탄핵심판, 헌재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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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뉴스1
헌법재판소가 1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선고 일정이 사실상 다음 주로 또 넘어가게 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는 역대 기록(박근혜 전 대통령 91일)을 한참 지나 오는 23일 100일을 넘기게 된다.
이번주 선고 사실상 배제… 다음 주면 접수 100일 넘겨
19일 오후 6시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중앙일보에 “오늘은 윤 대통령 선고일 공지를 안 한다”고 밝혔다. 통상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정하면 양측 당사자인 청구인인 국회와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에게 먼저 통지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 등을 감안해 그 주 금요일 선고일 경우 최소 이틀 전인 수요일에는 공지해 왔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 이틀 전인 3월 8일 오후 5시40분쯤 언론에 공지했었다. 2004년 5월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선고 땐 사흘 전인 5월 11일 오후 1시 36분쯤 언론에 공지한 바 있다. 특히 선고기일에 당사자인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수도 있는 만큼 경호‧경비를 위해 대통령경호처 및 경찰과 조율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해 당초 19일이 ‘선고기일을 공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는데 이를 넘긴 것이다. 이날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96일째고, 일요일인 23일이 100일째가 되는 날이라 만약 선고가 이번 주를 넘겨 다음 주 이후로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은 최초로 ‘탄핵 직무정지 100일’을 넘긴 대통령이 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카드까지 꺼내며 ‘빠른 선고’를 주문했지만 헌재가 역대 최장 심리 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선고가 늦어지면서 8인 재판관 평의에서 결론에 대한 합의가 안 된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재판관들은 전날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사건 변론을 끝낸 뒤 늦은 밤까지 모였고, 19일도 평의를 거듭했지만 “쟁점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헌재에선 흘러나왔다. 사실일 경우 ‘쟁점별 소결론 도출’→‘전체 결론 합의’→결정문 작성·검토 및 확정 등 3단계 평의 과정에서 1단계도 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의견 합치 불발? 선고 반대? 추측 난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뉴스1
한 헌법학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헌재도 각계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아직 결론을 내는 결정문 작성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분명한 이상징후”라고 지적했다. 지난주만 해도 ▶8대0 전원일치 결론을 내기 위한 최종 설득 중이라거나 ▶결정문에 흠결이 없도록 단어, 표현 하나하나를 꼼꼼히 다듬느라 시간을 쓰는 중이라는 등의 관측이 다수였지만, 평의가 4주째 장기화하면서 ‘재판관들 의견이 많이 갈려 현재로선 선고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의의 비공개’ 원칙상 재판관들의 이견이 큰 구체적 쟁점이 무엇인지는 외부로 알려진 바 없지만, 헌법을 연구하는 교수들을 비롯해 법조계에선 일부 재판관이 이견을 굽히지 않고, 선고 자체를 원치 않을 가능성 등 여러 해석을 제기한다. 김선택 고려대 명예교수는 “결론에 반대하는 의견이 한두 명 있고, 합의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길게 쓰면서 이렇게 선고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교수는 “피청구인 측이 주장하는 쟁점이 워낙 많아서 세부 쟁점을 다 정리하려다 지연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며 “다만 평의는 다 됐는데 결정문 작성만으로 변론 종결 후 3주를 넘겼다고 보긴 어렵다, 재판관 중 일부가 선고 자체에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이 정도 논의가 길어지는 건 뭔가 심리가 덜 된 부분이 있거나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재판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럴 경우 변론을 재개하고 4월 18일 2인 재판관 퇴임 전에만 선고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에 채택된 검찰 조서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게 맞는지’를 따져서 증거 능력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이건 헌법재판의 기준에서도 본질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사건과 비상계엄 국무회의 등 일부 쟁점이 겹치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평의를 동시에 진행하다가 벽에 부닥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총리의 경우 국회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와 관련, 국무총리 기준(재적 과반) 혹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이란 절차적 요건에 관한 쟁점 때문에 결론을 못 내고 있다는 추측이다.
윤 대통령 선고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와 거의 동시에 이뤄질 경우 다음 주는 여야 1인자의 운명이 모두 결정되는 주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검찰이 징역 2형을 구형한 상태다. 다만 이 경우 헌재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헌법학 교수는 “무관한 두 사건을 선고일을 붙이면 결론을 놓고 탄핵 찬성파·반대파 중 한쪽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헌재 자체를 뒤흔들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가 오해를 피해 4월 초순 선고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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