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야 합의 역사적 의미…자동조정장치 논의 서둘러야"[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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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마침내 제3차 연금개혁이 마무리됐다. 2007년 2차 개혁 이후 18년 만이다. 여야는 구조개혁이냐 모수개혁(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이냐, 때로는 보험료만 올리느냐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도 같이 올리느냐를 두고 10년 넘게 맞서오다 중간선에서 타협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에 아예 손대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는 구조개혁을 앞세우면서 실제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구조개혁 목소리가 잦아들었고,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극적으로 모수개혁에 합의하게 됐다. 하루 885억 원의 적자가 쌓이는 상황도 합의를 압박했다.

국민연금 제도 어떻게 달라졌나.
그간 소득대체율 1%p 차이를 두고 여야가 지루하게 싸웠다. 야당이 "단독 처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합의 처리를 평가할 만하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그간 수없이 연금개혁을 시도해 온 걸 마무리했고,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에서 합의를 이룬 점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느냐. 지금부터 구조개혁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혁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기금 고갈 시기가 8년밖에 늦춰지지 않는다. 기금 소진 후 연금 지급액을 그때그때 보험료로 충당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보험료가 최대 37.5%이지만 이번 개혁으로 31.9%로 약간 낮아진다. 지금도 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19.8%의 보험료가 필요하다. 보험료만 13%로 올려도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없는 마당에 이번에 소득대체율을 3%p 올렸다.

박경민 기자
이 바람에 보험료 4%p의 인상 효과가 반감돼 2.5%p 인상 효과만 나게 됐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8년 늦춘 게 무슨 개혁이냐. 미래 세대에 덤터기를 씌운 것"이라며 "59세로 제한된 가입 기간을 65세로 늦춰 더 재정에 기여하도록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보험료 인상이 기업의 일자리를 줄이고 자영업자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을 30%로 낮추고, 보험료를 12%로 올려도 2070년께 기금이 고갈돼 최대 보험료를 26.5% 내야 한다"며 "젊은 세대의 분노 표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지금처럼 가면 미적립부채(줄 돈-들어오거나 가진 돈)가 2050년 6332조원(올해 2060조원)이다. 국회 통과안을 시행하면 6159조원으로 약간 줄 뿐"이라고 말했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려 '더 받는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 평균액은 65만원이다.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상당히 약한 편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노동계는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조금이라도 전진하기 위해 합의하려면 소득대체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개혁안 통과시 국민연금 기금 추이.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번 개혁은 미흡하다. 선진국의 연금개혁은 70년을 내다본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논의하다 중단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 연금 가입자 수와 수명 상승에 맞춰 자동적으로 연금액 상승률을 낮추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이 시행 중이다.
국회는 연금특위를 올해 말까지 운영하면서 여야가 이견을 보였던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상균 교수는 "연금의 최종 목표는 '기초-국민-퇴직-개인연금'으로 다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금고갈 유예 8년을 벌었는데, 구조개혁 완성을 위한 기간을 벌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용하 교수도 "이번 개혁이 향후 구조개혁의 발판이 될 것이다. 여야가 하루빨리 연금특위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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