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나무 베어내고, 새벽 긴급 이송작전” 문화재 보호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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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이 회색 연기와 연무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청송·영덕·영양 등 경북 북부 지역으로 번지면서 산림당국이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 문화유산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오후 안동시 풍천면의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산불로 인한 매캐한 냄새와 짙은 회색 연기로 가득 찼다. 2000여 명의 마을 주민은 대부분 대피했으며,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고 불길도 이에 따라 이동하는 상황이어서 안동시와 경북도 관계자 등이 대기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전날 오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코앞까지 진출했다. 산림당국은 진화 헬기를 동원해 낙동강 물을 퍼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뿌리고 소방차도 10대 가량 배치했다. 전날 오후 7시 불길이 하회마을 8㎞ 주변까지 진출하면서 한때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행히 불길이 바뀌었지만, 진화대원들은 이날 마을 곳곳 한옥과 낙동강변 소나무 숲에 두 시간에 한 번씩 물과 방염수를 뿌리며 지키고 있다.

지난 25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소방관이 산불에 대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봉정사에서는 간밤 긴급 유물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5t 규모의 무진동 차량 2대, 국가유산청 직원 30여 명이 동원돼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주요 유물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예천박물관 등으로 옮겼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웅전 벽화나 일부 보물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성보관에 보관하기로 했다.
경북도에서는 이날 해가 뜨자마자 봉정사 뒤편 나무를 베어내기도 했다. 산불이 봉정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전날 산불에 안동 고운사가 전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유산이 훼손됐다”며 “남은 유산들을 최대한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새벽 국가 보물들이 보관된 안동 봉정사에서 긴급 유물 이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북 영주의 부석사 내 주요 문화유산도 안전한 곳으로 이송된 상태다.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부석사 인근까지 확산하자 국가유산청·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영주시 등 관계자 30여 명이 이날 오후 9시부터 5시간 동안 긴급 이송 작전에 투입됐다. 보물로 지정된 부석사 고려목판, 영주 부석사 오불회 괘불탱과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부석사 조사당 목조의상대사좌상 등이 영주 소수박물관과 콩세계과학관으로 분산 이송됐다. 부석사 총무 등화스님은 “부석사 내 문화유산을 외부로 이송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재해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빨리 산불이 진화돼 이송된 문화유산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산불에 탔을 것으로 추정됐던 안동 만휴정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만휴정은 조선 시대 문신인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지은 정자 건물이다. 현재 주변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이 발견되는 정도다. 국가유산청과 안동시·경북북부돌봄센터·소방서 등 관계자 40여 명은 전날 합동으로 만휴정의 기둥과 하단 등 목재 부분에 방염포를 전체 도포했다. 인근 만휴정 원림에도 물을 뿌려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현장에 뿌려둔 방염포는 열기가 1000도 이상인 경우 10분 정도 버틸 수 있고 500~700도는 무제한으로 버틸 수 있다”며“다행히 외부에서 날아온 불길이 700도 이상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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