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민 대피 돕다가 구순 노모 잃었다…"평생 후회" 아들의 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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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산불 확산으로 영양군에 대피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26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읍 영양군민회관에 인근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뉴스1

경북 영양으로 번진 산불에 마을 주민들의 대피를 돕다 정작 구순이 넘은 노모를 잃은 아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영양군민 A씨는 지난 25일 오후 9시 30분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마을 앞 산등성이까지 번지는 것을 목격했다.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시뻘건 불기둥은 태풍같이 요란한 강풍에 실려 이동속도가 눈으로도 보일 만큼 빨랐다고 한다.

이에 그는 황급히 노모를 집에서 2㎞ 남짓 떨어진 이웃집으로 피신시켰다. 이들에게 "다 같이 빨리 대피하라"고 당부한 A씨는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갔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주민들 상당수가 여전히 마을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 도착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30가구가 사는 마을 전체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는 이장에게 연락해 대피하라는 마을 방송을 하게 했다. 이후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고 길 안내를 했다.

이동 수단이 없는 마을 주민 5명을 차에 태워 인근 초등학교 대피소까지 이동한 A씨는 그곳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웃집 부부와 함께 대피했어야 할 모친이 대피소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리나케 다시 마을로 돌아갔지만, 산불이 이미 온 마을을 다 잡아 삼킨 후였다.

A씨는 "마을 입구부터 연기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는 데다 바람도 엄청나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마을로 못 들어가게 나를 붙잡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옷가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A씨는 뒤늦게 모친의 시신을 찾고서는 같이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엄마 좋은 데 갔을까 매 순간 생각한다"며 "엄마도 못 지킨 아들"이라고 자책했다.

A씨는 모친을 끝까지 챙기지 못한 것을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서도 남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상상도 못 했던 산불이었다. 다른 주민들도, 진화대원들도, 공무원들까지 모두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하루빨리 장례식을 열어 빨리 엄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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