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성 산불, 하천마저 건넜다…어선 12척 삼키고 옆마을 덮쳐

본문

17431391869485.jpg

26일 새벽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항에 산불로 어척 12척이 전소된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서풍을 타고 영덕 해안가까지 가서 항구에 정착돼 있던 어선 12척을 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도는 28일 오전 10시 의성군 산불현장지휘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역대급 대형산불 피해와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25일 밤 중형급 태풍으로 분류되는 초속 27m 바람을 타고 산불이 역대급 속도로 번졌다”며 “의성에서 산불이 났는데 (직선거리로 78㎞ 떨어진) 영덕 해변에 정박 중이던 배가 12척이나 탔다. 강풍에 불씨가 바닷가까지 날아갈 정도로, 감당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17431391871164.jpg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항에 어선이 산불에 전소돼 있는 가운데 해경 관계자들이 부유물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한 산불은 24일 인접 지역인 안동 길안면 일대로 번지며 남선면·임하면까지 확산하는 등 안동을 덮쳤다. 불길은 25일 오후부터 태풍급 바람을 타고 평균 시속 8.2㎞로 반나절 만에 영덕 강구항까지 이동했다. 육지의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26일 새벽 영덕군 영덕읍 노물항의 어선 12척을 태운 것이다.

경북 산불의 경우 불기둥으로 인해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이 피해를 키웠다. 비화는 다른 곳에 옮겨붙어 새로운 산불을 만든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날아가 대형산불의 원인이 된다. 불똥은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최대 2㎞까지 날아갈 수 있다.

실제 25일 오후 영덕·청동 등 현장에서 주민 대피를 도왔던 공무원들은 “불똥이 사방으로 날아다녀 동네에서 동네로 이동하는 게 실시간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북도는 바람이 가장 심하게 불었던 시각을 중심으로 불이 하천에 떠다니는 나뭇가지 등 부유물에 옮겨붙고, 여기서 또 불똥이 튀어서 다른 동네로 번지는 현상도 확인했다.

17431391872693.jpg

22~26일 경북 북부 산불 확산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돌풍에 따라 불씨 실시간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재난 대피 문자도 오락가락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모호하게 오거나, 대피소가 계속 바뀌면서 주민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이 지사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바람과 산불 확산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미리 대피할 수 있도록 산림당국과 협의해 매뉴얼을 만들겠다”며 “마을 어르신들께서 6·25전쟁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초고속 산불, 초고속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경북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의성 1명(헬기 조종사), 안동 4명, 청송 4명, 영양 6명, 영덕 9명 등 24명이다. 주민 3만3865명이 대피했으며 지역 2412개소의 시설이 전소되거나 반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11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