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CEO 42인 만난 시진핑 속내…‘유럽·바이오’ 방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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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견한 42명의 세계 유력 CEO 가운데 유럽 인사가 21명으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바이오·의학 기업이 10개 사로 가장 많았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을 견인하면서, 신약 등 차세대 바이오 제품 생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38명의 다국적 기업 총수와 4명의 미중·영중 협력기구 대표를 인민대회당에 초대해 다자주의를 옹호하며 대중국 투자를 권유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모두 이성적 목소리와 행동으로 역사의 수레를 되돌리는 행위를 막고,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협력 공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29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를 다국적 기업과 연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지윤 기자
중국 당국은 이날 10개 외신에 회견 말미만 취재를 허용하고, 단체 사진과 6분34초 분량의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 영상만 공개했다.
중앙일보가 참석자 42명 전수를 분석한 결과 초청 국가와 의전, 업종 등에서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읽힌다. 국가별 분포는 유럽이 21명으로 미국 15명, 아시아 5명, 남미 1명보다 가장 많았다. 유럽 기업 19개사는 독일 9개, 영국 4개, 프랑스 3개, 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 각 1개사가 차지했다. 영국은 별도로 영·중 무역협회의 총재와 의장이 각각 참석했다. 무역과 안보에서 미국이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는 틈을 이용해 중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산업별로는 의약·바이오 기업이 가장 많았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베링거 인겔하임, 머크 등 10개사 총수가 참석했다. 올해 10억 유로(1조6000억원)를 투자해 베이징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세계 3대 제약사 사노피의 폴 허드슨(58) 최고경영자(CEO)는 대표 발언자로도 선정됐다.
금융투자사는 모두 6개로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일대일로’ 녹색 채권을 발행한 영국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비롯해 스탠다드차타드,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은행과 투자회사 브리지워터, 블랙스톤 회장이 참석했다. IT·반도체 기업과 물류 업체가 각각 5개 사로 세 번째로 많았다.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 의장을 겸임하는 미국 물류회사 페덱스의 라즈 서브라마니암 CEO는 주빈으로 환대를 받았다.
의전에서는 한국과 일본 1위 기업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날 전체 회견의 주빈은 페덱스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차지했지만, 단체 사진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을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뒷줄 좌우 자리에 배치했다. 도요다 회장 옆에는 올리버 집스 BMW 이사회 의장, 이 회장 옆에 월가의 거물인 스티브 슈바르츠만 블랙스톤 회장이 자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뜻이 맞는다면 산과 바다도 멀다 하지 않는다(志合者不以山海爲遠)”라며 도교 고전 『포박자(抱朴子)』를 인용했다. 원문은 “길이 다르면 지척도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 넘고 물 건너서 모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밀접해도 왕래가 없는 사람도 있다”로 이어진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전 시 주석이 40여 명의 세계적인 기업의 리더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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