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나를 일으킨 음악…우린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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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평창동 서울아트센터에서 제51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피아노 1위 김하늘, 2위 지인호, 바이올린 1위 이채연, 2위 유채은, 성악(여) 3위 우은빈, 2위 유다은, 1위 김현지, 성악부문 심사위원장 전기홍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후원사인 세라젬 대표이사 이경수, 중앙일보 대표이사 박장희, 첼로 1위 최아현, 2위 이새봄, 3위 조이한, 플루트 1위 김연수, 2위 구태원, 작곡 1위 김현민, 2위 박이은·전혜성, 성악(남) 2위 정강한, 3위 김요셉·박성민. [사진 중앙음악콩쿠르]
1975년 시작한 중앙음악콩쿠르가 올해로 51회를 맞아 세라젬의 후원으로 서울 평창동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렸다. 그동안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김대진, 베이스 연광철, 테너 김우경 등을 수상자로 배출했던 한국 굴지의 음악 대회다. 올해는 총 457명이 참가했고 20명이 입상했다. 1위 입상자들의 소감과 심사평을 전한다.
“여러 가능성 중 음악이 제일 좋았다”

작곡 1위 김현민
만 스물도 안 된 김현민(19·한예종3)의 본선 작품 제목은 ‘무시할 만한, 대수롭지 않은’이라는 뜻의 ‘Negligible Music Ⅱ’. 이 담대하고 유희적인 곡은 클라리넷 세 대만으로 악기의 여린 소리부터 거친 파열음까지 자유분방하게 노닌다. 초6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고 중2 때 한예종 영재원에 선발되면서 정식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비음악인 부모님께서 어린 내게 열어주신 여러 가능성 중 음악이 제일 좋았다”는 그는 클래식 거장의 악보 뿐 아니라 유튜브에서 추천받는 음악을 통해서도 다채로운 영감을 얻는다. 올해 UNC 아트커넥트 위촉 작곡가로 선정돼 초연 예정이다.
“난해한 현대곡 소개하며 즐기고 싶어”

바이올린 1위 이채연
이채연(22·서울대4)은 지난 2월 자신이 애호하는 전설의 연주자 이름을 딴 야샤 하이페츠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당시 연주한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그리움이란 정서와 더불어 악장마다 색채가 다양해 가장 좋아하던 곡 중 하나”인데 이번 본선에서도 지정곡으로 만났다. 2019년 이화경향콩쿠르 때도 1위를 안겨준 곡이다.
초1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그는 “콩쿠르 도전은 입상보다는 나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무대에서 오롯이 느끼는 청중과의 교류가 큰 힘이 된다”면서 “난해한 현대곡에 도전하고 소개하면서 즐기고 싶다”고 했다.
“내가 받은 위로 관객에게 돌려주겠다”

피아노 1위 김하늘
본선 마지막 곡인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를 마치는 순간 김하늘(24·한예종4)은 “울컥하면서도 후련했다”고 했다. 2020년 같은 곡으로 3위에 올랐지만 당시 컨디션 난조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곡에 완전히 몰입해 콩쿠르란 것조차 잊을 정도였는데 이번엔 1위까지 따라왔다”고 했다.
아버지가 뉴질랜드인인 그는 어렸을 때 혼혈 놀림이 싫어 취미인 피아노에 빠져 있다가 중2 때 금호영재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전공을 결심했다. 선화예중-선화예고-한예종을 다니는 동안 지치지 않고 음악을 하는 이유가 “클래식이 주는 황홀함 때문”이란다. 그는 “내가 음악에 받은 위로를 관객에게 되돌려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체적 단점, 첼로가 주는 행복으로 극복”

첼로 1위 최아현
최아현(19·한예종4)에게 이번 대회는 유독 힘들었다. 1·2차 예선 때 독감으로 고생하고 본선에선 팔 근육에 무리를 느끼면서 엘가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KBS 한전음악콩쿠르 우승 때보다 이 곡의 비극적 배경이 절절히 이해되면서 신들린 듯이 활을 휘둘렀다. “대회 입상보단 연습 자체에 동기부여를 하는 편인데, 이렇게 또 성장하는 게 감사할 뿐”이란다.
아버지가 호른, 어머니가 피아노, 언니가 바이올린을 하는 ‘음악 가족’에서 예원학교 중퇴 후 한예종에 영재 입학했다. 상대적으로 팔이 짧아 아쉬울 때도 있지만 “첼로가 주는 행복으로 모든 걸 이길 수 있다”며 웃었다.
“플루트 매력, 다양한 곡 통해 들려줄 것”

플루트 1위 김연수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유학 중인 김연수(27·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대학 최고연주자 과정)는 본선에서 모차르트 플루트협주곡 2번 d장조를 연주하게 됐을 때 “부담스러우면서도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본래 낭만주의 쪽에 강점을 보인 그는 유학 중에 고전주의 해석을 성숙하게 끌어올리는데 집중했고 본선에서 우아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를 선보였다.
호른을 전공한 모친 슬하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들은 플루트 소리에 빠져 “운명처럼” 시작했다. 예원학교-서울예술고-연세대 관현악과(17학번)를 거쳤다. “신비롭고 청아한 소리의 매력을 다양한 시대 곡을 통해 들려주는 것”이 포부다.
“4년 다진 기본기…세계 경연도 도전”

성악(여) 1위 김현지
성악 부문 1위 호명 때 김현지(23·한예종 예술전문사과정)를 향한 환호는 유독 뜨거웠다. 2학년 때부터 성악과 과대표를 도맡아 하며 “장군감”이라고 불린 털털한 성격이 두터운 응원군단을 끌어냈다. “성악 커플인 부모님은 낯가리는 편이신데, 나는 동요대회 시절부터 무대 서는 걸 즐겼다”고 했다.
소프라노 중에서도 청아하면서도 파워풀한 표현력이 장기인 그는 오페라 연기를 좋아한다. 본선에서 슈트라우스의 12분여에 이르는 아리아를 다채로운 감정선으로 소화했다. “홍혜란 교수님에게서 4년간 차곡차곡 기본기를 다진 게 빛을 발한 것 같다”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세계 경연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제51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청중 마음 움직이는 자신만의 음악 표현해야
제51회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심사평
◆작곡=본선에 오른 6편은 세 부류의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개성 있는 작품들이었다. 목관악기의 실험적 음색을 통해 음악을 구축하는 방식, 다소 보수적인 구성을 통해 구조적이고 명확한 음악을 구축하는 방식, 그리고 이 둘을 적절히 병행해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방식이었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음악적 아이디어와 악기 편성 간의 조화가 일치했다고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심사위원장 백승우
◆피아노=참가자들이 테크닉의 정확도만으로는 평가가 힘들 수준에 이르러 심사위원으로서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청중 입장에선 각 연주자의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할 수 있었고, 어느 거성의 연주에도 못지않은 감동의 시간이었다. 어느 국제 무대에서도 뒤지지 않을 젊은 학도들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예술 세계를 넓혀 나가길 바란다.
심사위원장 김원
◆바이올린=본선 진출자 2인은 기교적 화려함과 낭만적인 감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연주했다. 풍부한 감성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프레이징의 유려함과 흐름이 돋보였고, 음악적 해석과 테크닉의 완성도를 자신만의 음색으로 표현해냈다. 다만 빠른 패시지의 명확성과 역동적이고 건강한 음색의 연구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심사위원장 김유미
◆플루트=참가자 전원이 성숙한 기량을 발휘하며 곡을 완주하는 모습에 한국 플루트계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실감했다. 심사에서는 음정의 정확성, 리듬 감각, 프레이징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화성적 흐름에 대한 이해력을 중점 평가했다. 일률적인 해석과 연주가 아닌 개인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풍부한 연주자가 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김영미
◆첼로=네 명의 본선 연주자 모두 탁월한 음악성을 갖춘 훌륭한 연주를 들려줬다. 1번 참가자는 큰 실수 없는 연주였으나 음정이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2번 참가자는 약간 음정의 흔들림은 있었으나 좋은 톤으로 음악을 들려주었다. 3번 참가자는 실수 없는 연주와 풍부한 감성으로 엘가를 잘 표현해 주었고, 마지막 참가자는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었으나 음정이 불안했다.
심사위원장 홍성은
◆성악=노래는 단순히 소리의 울림을 넘어서, 그 소리 속에 담긴 음악과 가사를 통해 감정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예술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8명만이 본선에 오른 만큼, 본선 참가자 모두 그 울림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려는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자신의 목소리와 기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레퍼토리 선택이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다.
심사위원장 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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