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호관세 코앞인데…대미 흑자 ‘눈치없이’ 17%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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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대미 수출 의존도
한국의 수출이 두 달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올해 대미(對美) 수출액과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등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어, 향후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한국의 수출액은 582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 증가했다. 지난 2월(0.7%)에 이어 두 달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일평균 수출 역시 1년 전보다 5.5% 증가한 2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533억 달러)은 2.3% 늘었고, 무역수지는 49억8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대미 수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대미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대중 수출을 넘어서며 수출 지역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2.3% 증가한 111억3000만 달러로 역대 3월 대미 수출액 중 가장 많았다. 미국의 본격적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수출 밀어내기’나 일시적인 주문 확대 등이 일어난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의 핵심 근거로 주장하는 대미 무역 흑자도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대미 흑자는 지난달 57억5000만 달러로 1년 전(49억 달러)보다 17.3%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이 늘어난 반면 대미 수입액이 감소(9.8%)한 영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LNG, 원유 등 대미 에너지 수입액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분기(1~3월) 대미 누적 흑자액 역시 13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32억1000만 달러)보다 1.4%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흑자 폭 확대는 향후 협상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의 수입업체들이 향후 수요를 고려해 재고 확보 차원에서 수입 물량을 늘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본격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과 무역 흑자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중 수출액(100억9000만 달러)은 4.1% 감소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아세안 시장(103억2000만 달러)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산업부는 “대중 수출의 경우 반도체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DDR4·낸드플래시 등 범용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한국의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7개 품목의 수출이 1년 전보다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의 호조에 힘입어 11.9% 증가한 13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은 글로벌 캐즘(수요 정체) 여파로 전기차 수출이 크게 감소(-39.4%)했지만, 하이브리드차·내연기관차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1.2% 증가한 62억 달러를 나타냈다. 선박 수출 역시 2023년 12월(37억 달러) 이후 15개월 만의 최대실적인 32억 달러(51.6%)였다. 지난달부터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철강의 경우 1년 전보다 10.6% 감소한 25억8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박정선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4월 이후에도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관이 원팀을 이뤄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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