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호관세, 사안별 대응 한계…미국산 에너지 수입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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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31일(현지시간)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한 각국의 관세 사례’ 인쇄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비관세 무역장벽을 담은 ‘2025 국가별 무역평가 보고서(NTE)’ 공개에 이어,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하면서 한국의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USTR의 지적 사항에 각개 대응하기보단 한미 무역 불균형의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큰 틀에서 한국이 미국에 기여하는 산업적·전략적 요소를 협상 카드로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USTR이 공개한 올해 NTE 보고서엔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부터 수입차 배출 규제, 약값 정책,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법, 국방 절충교역까지 다양한 항목이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됐다. USTR은 한국이 2008년 광우병 논란 이후 30개월이 지나지 않은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매년 지적하고 있다. 또 구글 유튜브 등 콘텐트 사업자(CP)가 소비자에게 콘텐트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따라 국내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지급하는 ‘망 사용료’ 도 문제 삼았다.
다만 보고서를 접한 통상 전문가들은 2일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을 지낸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년 나오는 NTE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80%는 같은 내용이고, 20%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다. 절충교역 정도를 제외하면 갑자기 튀어나온 내용은 많지 않다는 의미”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특히 각론에 일일이 대응했다간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링’에 스스로 뛰어드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섣부르게 대응했다간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수’에 말려 들어갈 수 있다”며 “상호관세의 실제 적용 범위를 확인한 뒤 정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이 심한 국가’로 지목한 이른바 ‘더티 15(Dirty 15)’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흑자는 557억 달러로 2020년(166억 달러)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비관세 조치를 선별하는 검토 작업은 필요하겠지만, 당장 미국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무리”라며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무기 등 한국에 필요한 수입을 늘리는 전략으로 리밸런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만의 특수성을 강조할 필요가 크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1위 국가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7년간 1600억 달러(약 235조원)를 투자했다. 또 소고기(1위)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1위), 원유(2위), 측정 장비(2위), 치즈(2위), 돼지고기(3위), 가공식품(3위), 탄화수소(3위), 항공기 부품(3위) 등 다양한 품목에서 미국의 상위 수출국 지위에 올라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업 유지·보수·정비(MRO), 방산,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민 교수도 “올해 NTE 보고서에 나온 59개국 중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한국이 필요한 것과 미국이 우려하는 것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협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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