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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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상계’(아래 사진)를 복간한 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장. [사진 사상계]

“사상계는 돈을 버는 잡지가 아닙니다. 자본의 압력에서 자유롭기 위해 광고도 받지 않습니다. 과거 장준하 선생 시절처럼 공익 잡지로 기능할 것이며 정기 구독료로 운영될 겁니다.”

55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종합 교양지 ‘사상계’의 발행인 장호권(76) 장준하기념사업회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등 모든 게 불확실하고 흔들리는 오늘날의 현실이 결국 사상계를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면서다.

장 회장은 사상계 초대 발행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장준하(1918~75) 선생의 장남이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동남아협의회 자문위원, 희망시민연대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2015년 한국독립유공자협회 사무총장을 지냈고 현재 장준하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장 회장은 복간 사상계에 대해 “편집에는 발행인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장준하 선생의 철학, 국가와 민족에 대한 정신을 지켜달라고 요청했을 뿐, 필진 구성과 편집 방향은 전적으로 자율에 맡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과거 언론이 발행인이나 사주의 정치적 성향에 편집 방향을 맞추면서 정통성을 무너뜨리는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운영진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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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계 재창간 1호 표지

새로운 명예 편집인으로는 강대인 ‘배곳 바람과 물’ 이사장,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나미 서울대 의대 교수 등도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재창간 1호인 2025년 봄호는 분량의 상당 부분을 계엄 이슈에 할애했다. 김려실 부산대 교수의 ‘사상계와 계엄령’, 함돈균 문학평론가의 ‘이야기의 끝과 새로운 사상계’, 차병직 변호사의 ‘법과 재판이 만드는 사회’ 등 특집 24개 꼭지 중 7개가 계엄 관련 글이다.

이은선 세종대 명예교수의 ‘한강의 언어와 한국 신학’, 기타지마 기신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의 ‘『소년이 온다』의 현대적 의미’ 등 소설가 한강의 작품 세계를 다룬 글도 다수 실렸다. “도시의 즐거운 곳과 시골의 행복한 곳을 함께 소개”하는 ‘도시락’ 코너 등 가벼운 읽을거리도 배치했다. 2025년 여름호는 탄핵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복간호 필진은 40여 명. 신부, 교육운동가, 농업인부터 기후학자, 법조인, 우주과학자 등 각계를 망라한다. 과거 판형과 제호는 그대로 뒀지만 필진 구성은 현대적 감수성을 입혔다. 성비는 50대 50, 연령은 20대부터 70대까지다. 장 회장은 “미래 지향적인 목소리를 위한 구성”이라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장 회장은 이어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해 재생지를 사용했고 흑백 인쇄를 택했다”며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상계’의 목표는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좋은 공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올해 계간지에서 내년엔 격월간지, 추후 월간지로 전환하고 수익이 날 때는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상계는 정기구독 독자들에게 배송되며 오프라인에서는 독립 서점에만 배포한다. 정기구독은 연 6만원(낱권 1만 8000원)이다. ‘사상계’는 장준하 선생이 1953년 4월 창간했다. 1970년 5월에 시인 김지하(1941~2022)의 시 ‘오적(五賊)’을 실었다는 이유로 폐간되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담론을 이끌며 당대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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