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치 15%↑ 빵 6%↑ 치킨 5%↑…‘먹고’ 살기 힘든 세상
-
2회 연결
본문
저소득층에 더 혹독한 물가

2일 서울 서초구의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소비자가 양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월간 소비자물가지수가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 초반대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에 근접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2.1% 상승했다. 전체 458개 품목 가운데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 144개로만 구성돼 체감 물가지수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2.4% 올랐다. 밥상 물가지수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보다 1.3% 하락했다.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9% 상승했다.

김경진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석유류(2.8%)와 가공식품(3.6%)이 주도했다. 다만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6.3%)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가공식품의 경우 식품 회사들이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상승률이 2.9%→3.6%로 커졌다. 세부 품목을 보면 김치(15.3%)·커피(8.3%)·빵(6.3%)·햄 및 베이컨(6.0%) 등이 두드러졌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 고환율,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공식품 출고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했던 대학들이 집중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면서 사립대학교 납임금(5.2%)이 크게 올랐다. 외식(3.0%) 부문에선 생선회(5.4%)·치킨(5.3%)이 많이 올랐다.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3.2%)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비(4.3%)가 상승을 주도했다.
경기 침체의 그늘도 포착된다. 외식 품목 가운데 소주의 물가지수는 1.3% 감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맥주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소비자들이 외식 소비를 줄이자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류 판매가격을 낮추며 대응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정근영 디자이너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근까지 경북을 중심으로 산불 피해가 큰 탓에 이달부터 현지에서 주로 생산하는 농축산물 물가의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통계청은 본다. 봄배추와 마늘, 건고추, 양파, 사과, 자두, 쇠고기 등의 품목이 거론된다.
특히 사과가 불안하다. 전체 재배 면적(약 3만4000ha) 가운데 9%가량인 3000ha 정도가 산불 피해 신고를 했다. 다시 묘목을 심고 기존 생산량을 회복하기까지는 7~8년이 필요하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은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간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날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4~2024년) 소득분위별 체감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체감물가 상승률이 23.2%로 조사됐다. 상위 20%인 소득 5분위(20.6%)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분위별로 보면 1분위 23.2%, 2분위 22.4%, 3분위 21.7%, 4분위 20.9%, 5분위 20.6% 등 소득이 낮을수록 체감 상승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소득층 부담을 높이는 요인인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 10년간 41.9%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21.2%)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