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선영, 이혜영 그리고 이영애…연극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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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국내 연극 무대에서 별들의 연기 전쟁이 펼쳐진다. ‘특급 스타’들이 길게는 30년 넘은 세월을 건너 연극 무대 복귀를 택하면서다. 연극 무대를 ‘고향’으로 여기는 베테랑 배우는 물론, 젊은 배우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영화 등 시장이 쪼그라든 다른 장르와 달리 연극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게 배우들을 연극 무대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영은 2일 개막한 ‘그의 어머니’에서 맹목적 모성애를 연기한다. [뉴시스]
2일 막을 연 연극 ‘그의 어머니’에는 그동안 영화·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배우 김선영(48)이 출연한다. 7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다. ‘그의 어머니’는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작품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마주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모성애를 그린 작품. 오는 5일 개막인 연극 ‘랑데부’에는 박성웅(52), 이수경(43) 등이 합류했다. 박성웅은 지난해 이 작품 초연으로 24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고, 이수경은 첫 연극 도전이다. 엄기준(48)은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마녀재판을 바탕으로 쓴 ‘시련’에 출연한다. 이달 9일부터 공연되는 작품이다.
다음 달에도 스타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이혜영(62)과 이영애(54)는 비슷한 시기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 눈길을 끈다. 이혜영은 국립극단, 이영애는 LG아트센터의 ‘헤다 가블러’에서 주역을 맡는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으로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애(왼쪽)와 이혜영이 다음 달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 ‘헤다 가블러’로 연극 무대에 선다. 둘은 19세기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 ‘헤다’ 역을 맡았다. [사진 LG아트센터, 국립극단]
이영애의 마지막 연극 출연은 32년 전인 1993년 ‘짜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혜영은 8년 만의 연극 무대 귀환작. 이영애의 헤다는 다음달 7일부터, 이혜영의 헤다는 같은 달 8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손호준(40)과 유승호(31)는 다음달 10일 개막 예정인 ‘킬링 시저’에 함께 출연한다.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이다. 손호준은 ‘시저’, 유승호는 ‘브루투스’ 역이다. 신구(89)와 박근형(85)이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다음 달 9일 시작한다.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두 방랑자가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내용의 부조리극. 고령인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마지막 ‘고도를 기다리며’다.
지난해에는 전도연(52·벚꽃동산)이 27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고, 조승우(45·햄릿)도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진 배우들이 잇따라 연극 무대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 배우들은 무대가 주는 현장감이 방송이나 영화의 ‘촬영’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또 무대는 연기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김선영은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 “공부할 때가 됐다”며 “촬영은 순간적이고 잘 찍어 놓으면 끝이지만 연극은 반복해서 ‘베스트’를 뽑아 내야 해 단단하게 인물 공부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애는 “32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라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배우로서 항상 목마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첫 연극 무대 도전인 이수경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 공부가 많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OTT 등의 여파로 영화 시장 위축이 뚜렷한 가운데 연극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연극 예매 규모는 744억원으로 2023년(621억원) 대비 19.8% 성장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관객이 늘고 화제성도 커지는데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며 “제작사 입장에선 배우의 이름값으로 마케팅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배우도 연극 도전이 좋은 홍보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만큼, 제작사와 배우 모두 ‘윈윈’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스타 배우의 연이은 연극 무대 출연은 순수 예술인 연극계에 신규 관객을 끌어모아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몇몇 대형 흥행작에 대한 쏠림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소규모 연극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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