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돕는 기술' 만드는 대학생들…카카오와 대학의 사회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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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임팩트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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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열린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개강 워크숍에는 수강생을 포함해 브라이언 펠로우, 카카오 개발자 멘토 등이 참여했다. [사진 카카오임팩트]

올 초 대학의 수강신청 시스템에 못 보던 강의가 하나 떴다. 강의 제목은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IT 개발자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보는 강의’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학생들은 생각에 잠겼다. 컴퓨터공학·심리학·디자인·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 모였다.

지난 2023년 KAIST에서 처음 시작된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수업이 올해 1학기부터 연세대·한양대에도 개설됐다. 올 2학기에는 가천대와 KAIST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미래세대가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생애전환적 경험’을 교육하는 교육 과정으로, 카카오임팩트와 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수강생들은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의 사회혁신가 지원 프로그램인 ‘브라이언 펠로우’에 선발된 펠로우와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기술적 해결방안을 찾는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KAIST 전산학부 교수)은 “기술과 사회문제를 연결하는 사회혁신 교육이 여러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학교마다 학풍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화된 수업이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올해 4곳으로 확장

연세대는 이번 수업을 전체 학생이 듣는 교양 수업으로 열었다. 수강신청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연세대는 ‘수강신청 마일리지’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학생들에게 수강 학점에 따라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듣고 싶은 강의에 마일리지를 베팅하는 구조다. 마일리지가 높은 순서대로 수강생을 확정하기 때문에 인기 강의에는 마일리지가 몰린다. 지도교수인 강연아 연세대 융합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처음 개설하는 수업이라 주목받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정원 45명에 80명 넘게 신청했다”며 “전공 수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번 수업을 듣기 위해 마일리지를 올인한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교양 수업인 만큼 수업을 설계할 때 기술 개발보다 ‘문제정의’에 무게를 뒀다. 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개발 능력이 있으면 좋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며 “브라이언 펠로우들이 다루는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술로 풀어볼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 과정을 살펴보면 문제정의 능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한 순간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양대는 조금 다른 전략을 택했다. 교양 과목이 아닌 사회혁신융합전공의 전공 수업으로 개설했다. 수강정원은 40명으로 설정하고 공대생 30명(75%), 비공대생 10명(25%) 비율로 구성했다. 특히 공과대학 전공자는 융합전자공학부·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정보시스템학과·데이터사이언스학부·산업공학과 등 IT 계열로 제한했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로그래밍 개발 역량이 있는 학생들과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회혁신융합전공 학생들이 팀을 꾸려 문제정의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경험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임팩트 생태계의 인재풀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2학기에는 가천대에서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가천대는 스타트업칼리지에서 3학점 교과목으로 기술 기반 솔루션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경험을 통한 창업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수업에는 브라이언 펠로우 5명이 참여한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공동대표, 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 김재원 리필리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띵동 대표, 조현식 온기 대표 등이다. 구체적으로 라이더 노동자와 이동약자의 안전, 학교 밖 청소년의 기회불평등, 플라스틱 폐기물과 종이팩 안전성,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마음건강과 우울감 해소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수업의 교재가 된다. 강연아 교수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기술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수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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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임팩트, 캠퍼스 교육의 플랫폼 역할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디랩(D-Lab)’, 스탠퍼드대의 ‘디스쿨(D.School)’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목적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 디랩은 학부생·대학원생·석박사 등이 참여해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개발하는 수업이다. 디스쿨은 ‘디자인씽킹’이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문제정의를 강조한다. 반면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대학 수업 안에 사회혁신가와 IT 개발자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학생들이 문제 해결 역량과 사회적 감수성을 함께 키우도록 설계됐다.

현직 개발자들이 멘토로 나서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수업에는 연세대와 한양대에 각각 개발자 8명이 멘토 역할을 한다. 한양대 멘토로 참여하는 정준 카카오 개발자는 “학교 다닐 때만해도 현직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정규수업으로 편성된 만큼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현상 교수는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든 현장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팀을 이뤄 함께 솔루션을 고민하고, IT 개발자들이 기술 자문을 맡고, 민간 재단에서 플랫폼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말했다. 카카오임팩트가 민간 재단으로서 캠퍼스 교육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이른바 ‘돕는 기술’을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대학과 협력해 사회문제 해결의 실험장이 전국 곳곳의 캠퍼스에서 이뤄지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기업·재단·사회혁신가 연결한 ‘컬렉티브임팩트’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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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상 한양대글로벌사회혁신단장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임팩트 생태계 발전에 기여해온 전문지 스탠퍼드소설이노베이션리뷰(SSIR)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아티클은 2011년 크레이머와카니아가 기고한 ‘컬렉티브임팩트(Collective Impact)’였다. 1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와 3000회 이상의 학술지 인용이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학계와 실무계 양쪽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아티클의 핵심은 ‘스마트한 파트너십’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여러 사람과 기관이 각자 보유한 지식과 전문성, 자원을 공유해 협업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주체가 모여 협력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오히려 주도권 다툼과 이해관계 상충에서 오는 혼란과 갈등, 분열로 인해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

컬렉티브임팩트는 공동의 어젠다, 공통의 성과 평가시스템, 시너지 창출 메커니즘, 중추조직, 오픈 커뮤니케이션 등 5요소를 바탕으로 스마트한 파트너십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현재 카카오임팩트재단이 카카오(기업), 브라이언펠로우(사회혁신가), 그리고 한양대 등 4개 대학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이런 점에서 탁월한 컬렉티브임팩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공동의 어젠다 측면에서 테크포임팩트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돕는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재단과 ‘돕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돕는 사람들’ 즉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회혁신가들, ‘돕는 기술’을 배우기 원하며 이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쓸 준비가 되어있는 대학생들, 바쁜 시간에도 탁월한 기술력을 공유할 카카오 개발자들을 연결한다.

둘째, 공통의 성과평가 시스템이다. 테크포임팩트는 사전조율과정을 통해 한 학기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 기반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대신 학생들의 경험과 지식 습득, 마인드셋 변화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일견 대학에만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혁신가 멘토들은 미래의 동료 또는 방학 동안 함께 할 인턴을 찾을 수 있고,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 개발자 멘토들은 의미 있는 사회공헌과 함께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기업정체성에 맞는 우수인재 양성 및 발굴에 도움받을 수 있다. 재단은 ‘돕는 기술’을 가진 인력양성을 통해 임팩트 생태계의 중장기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상호보완적 시너지 창출 메커니즘이다. 대학은 강의역량이 뛰어난 교수진, 학생모집과 수업운영을 도울 행정스태프를 가지고 있다. 카카오는 개발역량이 뛰어난 개발자 멘토를 한 학기 동안 2회 투입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혁신가 멘토진은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내주고 현장에서 쌓아온 지식과 전문성, 인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을 가이드해준다.

넷째, 중추조직(backbone organization)으로서 재단은 사회혁신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각자 가진 니즈와 목표, 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연계하여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동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다섯째, 오픈 커뮤니케이션이다.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상호 간의 신뢰와 존중, 배려가 있어야만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테크포임팩트 참여 기관들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중간중간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기 일처럼 나서서 서로 돕고 있다.

2023년 KAIST에서 시작되어 2025년 1학기에 한양대와 연세대, 2학기에 KAIST와 가천대에서 진행될 테크포임팩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인사이트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5년 후에는 한국의 많은 대학, 그리고 10년 후에는 세계의 많은 대학이 함께 참여하여 ‘돕는 사람’과 ‘돕는 기술’을 만들어내고 연결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임팩트 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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