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마음건강 문해력’이 아이들을 살린다

본문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리포트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인터뷰

17436469118903.jpg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아이를 존중할 생각이 없다기보다 방법을 몰랐던 경우가 많다”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마음을 먼저 가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동과 청소년의 마음건강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됐다. 유니세프는 2021년 ‘세계 아동 보고서’를 통해 아동의 마음건강 문제를 주요 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한국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12년째 ‘자살’이다. 아이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스트레스, 우울감 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이하 유니세프)는 국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증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자료집을 제작한 뒤 2022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옥에서 만난 조미진 사무총장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건강한 사회를 지속시키는 토대”라면서 “모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적, 보편적 마음건강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개발국 아이들 지원사업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국내 아동들을 위한 마음건강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요.
“유니세프는 전 세계 모든 어린이의 권리와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우리의 태그라인인 ‘모든 어린이를 위해(for every child)’에는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도 포함되죠.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 그들의 마음건강이 위기라는 것은 우리에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마음건강 문제가 방치되면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돌보고 살펴야 해요.”
우리나라 아이들의 마음건강은 어떤 상황인가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지만 아동이 행복한 나라로는 볼 수 없습니다. 극심한 경쟁 풍토와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제로 존중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문화 때문이죠. 국내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참담한 현실이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요.
“유니세프 마음건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예방적 접근’입니다. 치료보다는 예방과 증진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많은 아이가 마음속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떻게 표현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몰라요. 저희는 그 답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마음건강을 관리하고 증진할 수 있는 역량인 ‘마음건강 문해력’에서 찾았어요.”
마음건강 문해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자신의 마음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죠.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도움을 요청할 수 있잖아요. 주변에 ‘도와달라’고 말할 수만 있어도 훨씬 많은 아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관리에 관한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사후 평가 결과,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감정 조절, 스트레스 관리, 문제 해결, 대인관계 기술 등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자료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가정과 보호자가 아이의 마음건강을 위한 1차 예방주사, 즉 ‘백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정과 생각은 전염되기 때문에 부모의 행복한 마음이나 우울한 마음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집니다. 보호자가 ‘마음건강 문해력’을 함께 키워야 아이를 더 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 교육자료를 개발했어요.”
올해 마음건강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교육부와 협력해서 마음건강 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마음건강 문해력 교육을 정규교과에 편입하기 위한 입법과 정책 옹호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요.
“3월 24일 서지영 의원실과 함께 ‘아동 마음건강 통합적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음건강 통합 지원법(가칭)’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어요.”
인상적인 발언들이 있었나요.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은 아동 마음건강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분절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학생 문제는 교육부, 치료는 보건복지부, 학교밖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등 부처 간 역할이 분리돼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으니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미진 사무총장은 “현장 활동과 입법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마음건강은 모든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정부·학교·가정·지역사회가 협력해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지지할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유니세프의 목표입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83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