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칙 기반 국제 무역질서의 종말…트럼프 관세는 위험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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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차트를 들어 보이며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 관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규칙에 기반한 기존 무역 질서의 종말을 보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 윌슨센터의 트로이 스탠거론 한국사ㆍ공공정책연구센터 국장은 2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 대상국을 겨냥해 발표한 상호 관세 조치에 대해 “자유무역 중심의 전통적 국제 통상 체제에 종언을 고하는 위험한 게임”이라며 이렇게 평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한 뒤 “관세를 무기화한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는 국제 무역의 기본 원리를 완전히 깨뜨리고 무엇보다 전통적 동맹 체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균열을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을 향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에 호소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강구해야 한다”며 “예컨대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받는 미국 농부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뭔가를 내놓으면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대일(對日)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24%의 상호 관세를 맞은 것을 보라. 트럼프식 무차별 관세가 뉴노멀인 시대가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각국에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지만 큰 기대를 갖지는 말라는 경고다.

스탠거론 국장은 우드로 윌슨센터에 합류하기 전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선임이사 겸 펠로우로 활동하며 한반도 경제ㆍ외교 정책을 연구하는 등 미국 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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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우드로 윌슨센터의 트로이 스탠거론 한국사ㆍ공공정책연구센터 국장. 사진 우드로 윌슨센터

이번 상호 관세 발표를 어떻게 봤나.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유형의 관세를 앞세워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의 핵심 분야를 보호하려 한다. 한국은 상호 관세 철폐를 위해 미국과 협상할 수 있겠지만 철강ㆍ자동차ㆍ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에 또 직면할 것이다. 이들 관세를 모두 철폐하려면 협상에서 미국에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부터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으며 이러한 무역 시스템이 바뀌길 원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런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한 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규칙에 기반한 무역 질서의 종말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전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큰 것은 물론 정치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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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을 더 부유하게 할 거라고 한다.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는 세계적 추세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물가 인상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물론 전략적 관세는 국가 안보에 필요한 분야의 재산업화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전방위적 관세로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극히 어렵다.”
‘트럼프 관세’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트럼프 관세는 불확실성을 협상의 도구로 최대한 활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확실성이 없다는 점에서 경영 활동에 큰 장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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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끝났다”고 하는 등 ‘트럼프 관세’가 동맹 체제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대(對)중국 견제라면 동맹국과 파트너를 최대한 하나로 모으는 것이 최선 아니겠나. 공급망 복원 및 방위산업 생산 등 경제 안보와 관련된 중요 분야에서 동맹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은 이러한 동맹 체제를 근간부터 뒤흔들고 있다.”  
한국의 협상 전략을 위해 조언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목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제조업의 부활과 국가 안보 강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라면, 조선과 반도체 분야 협력과 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한 협상 전략이 미국과 한국 양국에 윈윈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매력’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는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뉴노멀이 됐다.”

☞트로이 스탠거론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부국장을 겸하고 있으며 ‘디플로맷’ 기고가로도 활동 중이다. KEI 펠로우 재임 당시 대(對)의회 업무 및 무역 관련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2012~2013년 아산정책연구원 후원으로 한미외교협회의 국제관계 펠로우로 한국에서 활동했고 동서문화센터(East-West Center)에서 포스코 방문 펠로우로 지내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멤피스대에서 정치학ㆍ경제학 학사 학위를, 런던정경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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