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톱선수·초갑부만 출입증 ‘금단의 골프클럽’

본문

골프의 메이저리그, PGA 투어를 가다

17436935883671.jpg

미국 플로리다주 주노 비치의 세미놀 골프 클럽 전경. 지난 1929년 개장한 이곳은 회원 위주의 폐쇄적 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미연방수사국(FBI) 요원처럼 짙은 색 선글라스를 낀 보안요원들이 출입자를 꼼꼼히 검문했다. 최근 방문한 미국 플로리다주 주노 비치의 세미놀 골프클럽. 스페인풍 클럽하우스를 지나니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등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쿼터백 ‘전설’ 톰 브래디, 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셰인 배티에, 메이저리그(MLB) 커미셔너 롭 맨프래드도 보였다. 세미놀은 미국에서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한 명문클럽이다.

세미놀 프로-멤버 대회는 유명 프로골퍼와 골프장 회원이 참가하는 자선 모금 친선대회다. ‘프로골퍼의 수도’ 주피터와 부유층 동네 팜비치 중간 세미놀에서 매년 3월 초면 골프 귀족과 억만장자가 은밀히 만난다. 참가자와 가족, 지인 등만 클럽에 들어갈 수 있다. 기자는 운 좋게도 골프계 인사 초대로 세미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전날 투어대회를 마친 선수들이 많이 왔다. 저스틴 토머스, 콜린 모리카와, 애덤 스콧, 토니 피나우, 리키 파울러, 어니 엘스, 키건 브래들리와 여자 세계 1위 넬리 코다 등이 보였다. 한국의 임성재, 안병훈도 초대받았다. 데이비스 러브 3세는 참가 선수 면면을 두고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놀랍지만 이들 수퍼스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유명해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중과 차단된 공간을 사랑한다.

17436935885172.jpg

김경진 기자

팜비치는 미국 억만장자의 겨울별장 겸 은퇴 후 거주지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 대호황기에 부자들은 팜비치에 유럽의 성 같은 저택을 지었다. 그중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랑하는 마러라고 클럽인데, 팜비치 최고 클럽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보수 성향 폭스뉴스 앵커 브렛 바이어도 보였다.

비틀스 존 레넌도 팜비치 주민이었다. 여행을 왔다가 좋아서 1980년 초 저택을 샀다. 그해 12월 암살당하면서 따뜻한 팜비치를 오래 즐기지 못했다. 뉴욕 월가의 젊은 벼락부자도 팜비치에 오면서 올드 머니(전통 부자)와 뉴 머니(신흥 부자) 간 문화적 충돌도 있다고 한다. 뉴 머니는 팜비치를 미국 부자 동네의 대명사인 롱아일랜드 햄튼을 따 햄튼 사우스(남쪽의 햄튼)으로 부른다.

팜비치의 부자들은 이 지역 인디언 부족 이름을 딴 세미놀 골프클럽을 1929년 만들어 놀이터로 썼다. 클럽 회원 중에 기업인이 많았다. 헨리 포드 2세, 잭 크라이슬러, 로버트 밴더빌트 등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명예 회원이었고,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자주 들렀다. 윈저 공작은 영국 왕위를 포기한 뒤 세미놀 회원으로서 여생을 즐겼다.

폐쇄적인 최상급 클럽치고는 프로선수에 호의적이다. 1938년 마스터스 우승자 헨리 피카드가 클럽 프로였다. 벤 호건은 세미놀에서 조용히 연습하는 걸 좋아했다. 세미놀은 로리 매킬로이의 아버지인 개리 매킬로이도 회원으로 받아줬다. 프로-멤버 대회를 여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세미놀보다 눈부신 골프장은 없을 것이다. ‘선샤인 스테이트’ 플로리다의 바닷가 얕은 구릉에 펼쳐진 링크스다. 드문드문 야자수만 서 있어 햇살이 유난히 빛난다. 그린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임성재도 “마스터스 그린보다도 빠르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골프의 메이저리그’를 찾아갑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부터 디 오픈 챔피언십까지 25개 대회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뉴스 및 분석과 이면의 깊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 중앙일보 플러스’를 통해 ‘PGA 투어의 낮과 밤’ 시리즈도 함께 연재합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39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