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가 관세 때렸는데, 美 비명…뉴욕증시 4500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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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날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충격이 미 증시에 오히려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하루 새 1050.44포인트(5.97%) 추락하며 1만6550.61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전장보다 각각 3.98%, 4.84% 급락하며,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는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에 달한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그니피센트7’로 불리며 그간 미국 주식 상승세를 이끌었던 ‘빅테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폰 물량 대부분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애플은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9.25% 떨어졌다. 역시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테슬라(-5.47%) 주가도 크게 내렸고, 엔비디아(-7.81%)ㆍ마이크로소프트(-2.36%)ㆍ알파벳(-4.02%)ㆍ아마존(-8.98%)ㆍ메타(-8.96%)의 주가도 미끄러졌다.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충격의 폭이 컸다. 나이키 주가(-14.44%)는 이날 하루에만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할인상품 유통업체인 파이브빌로의 낙폭은 27.81%에 달했다. 의류브랜드 갭도 전 거래일보다 20.29% 급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56% 급등한 30.2를 기록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VIX지수가 올라가면 시장 변동성이 커져 투자자 불안감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뉴욕증시가 ‘발작’한 것은 상호관세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줄이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많은 미국 주요 기업은 생산을 해외에서 하는데, 이럴 경우 관세 대상국과 똑같은 세 부담을 진다. 미국 증권사 로젠블라트는 미국에서 최저 799달러(약 116만 원)에 팔리는 아이폰16 시리즈 기본형 가격이 관세 인상으로 최대 1142달러(약 165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품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소비력이 떨어져 경기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향후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미 국채 10년 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포인트 떨어진 4.03%를 기록했다. 미국의 3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관세정책 우려에 전월(53.5)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50.3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은 관세 영향에 “올해 세계 경제 침체 위험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의 리더 역할을 했던 미국의 지위도 흔들리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발표를 하면 무역 적자 해소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81% 하락한 101.93으로 장을 끝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스저널(WSJ)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공격이 달러의 ‘세계 준비금’ 지위를 잃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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