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T 쇼크’에 전 세계 증시 패닉…아시아 시장 비명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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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의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엄습했다. 7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추락했다. 트럼프(Trump) 정부의 관세(Tariff) 정책이 불러온 후폭풍이다. 유럽 증시도 T의 공포를 피해가지 못 했다. 미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하루 만에 30원 넘게 떨어졌다.

7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금융위기·팬데믹 충격 재소환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57%, 4.31% 하락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과 선물을 합쳐 이날만 2조883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순매도). 일본 닛케이 지수는 7.83% 추락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역대 3번째로 큰 낙폭이다. 이날 닛케이는 3만1136으로 마감했는데 1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3만10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과도한 낙폭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주식시장에 긴급 제동을 걸어야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프로그램 매매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일본 오사카거래소도 닛케이 선물 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대만 자취안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7% 하락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 사상 최대다. 지수도 2024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만 증시는 지난 3~4일 연휴로 휴장한 탓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뒤늦게 반영됐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주가도 9.98% 내리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TSMC가 하한가를 기록한 건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34% 폭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3.22% 내렸다. 항셍지수의 하락률은 2008년 10월 이후 최대다.
아시아 전역이 ‘T 쇼크’에 흔들리면서 이날 오후 5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49% 하락한 163.1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라며 “아시아 증시가 피바다를 이뤘다”고 밝혔다.
원화 가치도 급락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날 전 거래일(1434.1원)보다 33.7원 하락하면서(환율은 상승) 1467.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원화값이 크게 떨어졌던 2020년 3월 19일(-40원)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원화값이 1430원대로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1460원대로 되돌아갔다.
유럽 증시도 급락
유럽 증시도 이날 급락세로 출발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은 전 거래일보다 6% 내리면서 출발했다. 프랑스 CAC40 지수와 영국 FTSE100도 6%가량 하락했다. 독일 닥스(DAX) 지수는 장 초반 하락 폭이 10%에 육박했다. 미국 증시도 개장을 5시간여 앞둔 오후 5시 30분 현재 나스닥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 넘게 급락하면서 개장 전부터 공포를 더했다. S&P500 선물도 4%대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패닉에 빠진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떨어트린 관세 폭탄이 무역전쟁으로 번질 조짐 때문이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자산시장에 짙게 드리웠다. 주말 사이 관세 불확실성 우려가 사그라지기는커녕 되레 시장 공포를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경제팀은 1기 때와 달리 주식시장보다 미국 국채 금리와 정부 부채에 무게를 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시중금리 기준이 되는 미 국채 금리가 내려가야 미국 정부는 물론 기업ㆍ개인의 이자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관세 폭탄 여파로 미국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이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가 주가 하락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이 국방비보다 많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단기로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재융자를 하기 전에 국채 이자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장기 금리가 내려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음 선거인 중간선거가 1년 반 가까이 남아 정치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의도적으로 증시 폭락을 일으켰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면서 “나는 중국, 유럽연합(EU), 다른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는 ‘시장 폭락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정도냐’는 질의를 두고는 “그 질문은 멍청하다”라며 “난 어떤 것도 하락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폭락에 대해 “때때로 무엇인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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