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떼창에 스탠딩 공연…록 콘서트 같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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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스’ 관객은 무대에 올라가 ‘프리쇼’를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
관객들이 배우와 함께 뮤지컬 넘버를 목청껏 부른다. 무대 위에 올라가 음료를 마시며 배우의 연기 장면을 코앞에서 볼 수도 있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숨죽여 공연을 보는 것이 당연시된 소위 ‘시체 관극’ 문화에 반기를 든 뮤지컬 작품이 속속 관객을 찾고 있다. 관객과 무대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며 관객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도다.
다음 달 31일까지 뮤지컬 ‘원스’의 공연이 이어지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선 다른 공연장에선 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자신의 자리 대신 무대로 향하는 관객 행렬이 이어진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관객들은 직접 무대 위를 밟을 수 있다. 무대 위에 설치된 바에서 음료도 살 수 있다. 본 공연 10분 전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프리쇼’(Pre-show)를 연주한다. 프리쇼 이후 관객들이 내려와 자리를 잡은 뒤, 자연스럽게 본 공연으로 이어진다.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던 ‘떼창’ 장면이 뮤지컬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지난 2, 3일 ‘싱어롱(Sing-along) 데이’로 정해 배우와 관객이 뮤지컬 넘버 ‘도원결의’를 커튼콜 종료 후 함께 부를 수 있도록 했다.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리는 이 작품은 공연 중 관객이 추임새 소리를 낼 수 있다.

뮤지컬 ‘적벽’은 관객의 추임새를 유도한다. [사진 국립정동극장]
조선 시대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쉐도우 : 더 비기닝’은 다른 뮤지컬과 달리 객석 내 의자를 없앴다. 록 콘서트와 같이 ‘스탠딩 무대’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태로 열리고 있는 뮤지컬 ‘런던 레코드’의 경우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자유롭게 촬영하고 음료수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무용 장르에선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를 없앤 작품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이후 6번째로 내한한 아르헨티나 무용단 ‘푸에르자 부르타’는 관객이 참여하는 ‘이머시브형(관객 몰입형)’ 공연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6월 22일까지 신작 ‘아벤’을 공연한다. 최근 막을 내린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의 경우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올라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며 춤을 줬다. 무대에 올랐던 한 관객은 “춤을 전혀 못 추는데, 무대에 오르니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되더라”고 전했다.
관객의 참여에 따라 줄거리가 달라지는 연극도 있다. 대학로에서 오픈런 공연 중인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관객의 추리를 통해 밝혀낸다. 배우와 관객 간 상호작용 결과에 따라 다른 결말이 맺어진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한국의 뮤지컬 등 공연 관람 문화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관람객이 함께 즐기는 다양한 형식의 공연이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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