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츠키의 NHL 최다골 기록을 31년 만에 경신한 뒤 감격하는 오베치킨. [AFP=연합뉴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워싱턴 캐피털스의 알렉스 오베치킨(39·러시아)이 895호 골을 넣었다. 이로써 ‘위대한 자(The Great One)’ 웨인 그레츠키(64·캐나다·은퇴)의 NHL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894골)을 경신했다.

오베치킨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엘몬트의 UBS아레나에서 열린 2024~25시즌 NHL 뉴욕 아일랜더스와의 경기 2피리어드 12분 34초를 남기고 강력한 리스트샷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오베치킨은 링크 바닥에 몸을 던졌고, 동료들은 그를 향해 뛰어나와 역사의 순간을 함께했다. 오베치킨은 그레츠키와 같은 1487경기에 출전해 1골을 더 넣었다.

그레츠키의 31년 묵은 기록이 깨지자 축하행사를 위해 2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오베치킨이 “동료와 팬이 없었다면 그레츠키를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팬들은 그의 별명인 ‘오비(Ovi)’를 연호했다. 그레츠키는 “894골을 넣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895골은 더 특별하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지만, 오베치킨 기록은 누가 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시스트를 포함한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2857개)은 여전히 그레츠키가 갖고 있다. 오베치킨의 통산 공격포인트는 1619개다.

2005년 NHL에 입문한 오베치킨은 워싱턴에서만 뛰었다. 그는 “러시아산 기계는 절대 고장 나지 않는다”는 말은 남기기도 했다. 통렬한 원 타이머로 최우수선수(MVP)를 3회 수상했고, 득점왕에도 9차례 올랐다. 1m91㎝·108㎏의 거구인 그가 몸을 들이밀면 상대는 나가떨어졌다. 그레츠키의 대기록(894골)까지 41골을 남기고 이번 시즌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11월 골절상으로 16경기에 결장했다. 불혹 가까운 나이에도 골 냄새는 본능적으로 맡는다. 오베치킨은 득점 때마다 통산골 수 만큼의 금액을 소아암 연구 기금으로 기부해왔다. 동부 콘퍼런스 1위 워싱턴은 플레이오프에 올라있다.

러시아도 오베치킨의 대기록 수립에 환호하고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최근 몇 주간 미국인이 러시아 선수를 응원했고, 러시아인들이 미국 워싱턴 캐피털스를 응원했다. 스포츠는 바다 건너에 있는 이들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베치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책임 있는 푸틴 옆에서 웃는 사진을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해 비판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