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축구 콘 놓던 코치, 아시아 정복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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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FC를 ACLE 8강으로 이끈 이정효 감독은 요즘 한국 축구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그는 거침없는 언변을 뽐내며 “8강전에서도 용기 있게 부딪힐 것”이라고 선언했다. 장정필 객원기자
광주광역시 곳곳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 작가, 프로야구 KIA 김도영, 프로축구 광주FC 이정효(49) 감독 사진이 나란히 걸린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자랑스러운 노벨상의 도시, 행복한 스포츠의 도시. 광주의 힘입니다’라는 문구도 보인다. 7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제가 저분들 사이에 낄 수준은 아닌데”라며 겸연쩍어했다. 이 감독은 요즘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광주는 지난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전에서 일본 J리그 챔피언 비셀 고베를 꺾고 8강에 올랐다. 오는 26일 광주가 ACLE 8강전에서 맞붙는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는 주앙 칸셀루(전 맨체스터시티), 칼리두 쿨리발리(전 나폴리) 등 세계적 선수가 뛴다. 그는 “아무리 상대 선수가 좋아도 우리는 용기 있게 부딪힐 것”이라며 “우리는 경기를 주도하는 팀이다. 수비 위주로 내려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면 저한테나 선수들한테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거침없는 언변이다. 광주는 ACLE에 출전하는 탓에 K리그 일정이 빡빡하다. 제주SK전(6일, 1-0 승) 사흘 만인 9일에 대구FC전을 또 치른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는데 일정 변경이 없다”고 쓴소리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그는 대전하나시티즌전 당시 자기 벤치 쪽으로 물병을 찼다가 퇴장당했다. 직전 경기(지난달 22일 포항 스틸러스전, 2-3 패)에서 선수가 실신할 만큼 거친 플레이를 방관한 심판에 거세게 항의하다 밉보인 탓이라는 말이 돌았다.

신재민 기자
과거 이 감독은 한 선배 감독으로부터 “콘(훈련 도구)이나 놓던 놈이 많이 컸다”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한동안 시끄러웠다.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는 “한번 아랫사람은 영원히 아래인 것처럼 취급하는데, 그건 악습”이라며 “(아랫사람도) 나이가 들고 지위가 오르고 부모가 된다. 호칭도 바꾸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화는 났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 기회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요즘 방송에서 활약하는 안정환(49)과 대학(아주대), 프로(대우 로얄즈) 동기이자 ‘절친’이다. 그는 “전에는 동기를 아끼는 마음에 ‘인터뷰 수위 좀 조절하라’던 정환이도 요즘은 ‘하고 싶은 말 그냥 더 하라’고 한다”며 “요즘은 어디 가서도 ‘이정효가 내 친구’라고 자랑한다더라”라고 전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스타였던 안정환과 달리, 그는 밑바닥부터 다져 지금 자리에 왔다. 그는 “코치 생활 8년간 온갖 잡일을 다 했다”며 “처음엔 ‘저 감독처럼은 안 돼야지’ 했는데, 점점 ‘난 이런 감독이 돼야지’로 바꿨다. 그러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광주 시내 곳곳에 걸린 광고판. 한강 작가, 김대중 전 대통령, KIA 김도영(왼쪽부터)과 함께 이정효 감독의 얼굴이 담겼다. 박린 기자
‘이 감독이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전술을 연구한다’는 목격담이 인터넷 게시판에 종종 올라온다. 그는 “노트북 부팅에 시간이 걸린다. 훈련 프로그램 자료가 1000개가 넘는다”며 “국내는 물론 유럽 주요 팀별 폴더가 있다. 요즘은 아스널을 많이 참고한다”고 전했다. 상대에 따른 변화무쌍한 ‘정효볼’의 비결이다. 시민구단은 선수를 잘 키워봐야 부자구단에 내줘야 한다. 지난 시즌 직후에도 정호연, 허율, 이희균 등이 떠났다. 그는 “누가 빠져도 대체할 수 있다. 우리는 골을 넣어도 훈련 때 못하면 출전할 수 없을 만큼 내부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를 악물었다. ACLE 우승 상금이 1000만 달러(약 145억원)다. ‘만약 받는다면 어디에 쓸지’ 묻자 그는 “선수들 보너스부터 챙겨주고, 선수 영입보다는 클럽하우스, 훈련장, 잔디 등 클럽 인프라에 투자하고 싶다”고 답했다.
광주 팬들은 이 감독을 ‘효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장애 3급으로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모신다. 팬들도 그 정성을 안다. 그는 “아버지는 불편한 다리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자전거에 태워 등교시켰다. 한 번은 6학년 주번이 아버지의 장애를 비웃기에 찾아가서 싸웠다”며 “아버지는 내가 지금껏 치열하게 버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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