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라이프 트렌드&] "첨단 연구시설 설계 노하우로 의료시설 혁신 주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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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양자컴퓨팅 클러스터 설계로 호평 이원재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에게 듣는다
기초화학, 국가 연구개발 핵심 시설 등
혁신적인 설계 솔루션으로 업계 선도
강점 활용‘첨단 의료시설’로 사업 넓혀
인공지능 적용한 설계 프로세스 개발도

이원재 행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첨단 연구시설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의료시설 혁신을 주도하겠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사람을 잇는 통합적인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행림건축사사무소]
국내에도 양자컴퓨팅 시대가 열렸다.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지난해 11월 인천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설치되면서다. 국내 최초의 양자컴퓨팅 연구개발을 위한 핵심 시설로 꼽히는 연세대 양자컴퓨팅 클러스터는 기술적 이해와 건축적 혁신이 결합한 곳으로, 장비와 사람이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연세대 양자컴퓨팅 클러스터 설계는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행림건축)가 맡았다. 1992년 설립된 행림건축은 33년간 건축 산업 전반에서 혁신적인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며 업계 발전을 이끌어왔다. 다양한 첨단 연구·의료시설 분야 프로젝트에서 장비 특성에 맞는 공간을 설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과천시 크리에이션타워 본사에서 만난 이원재 행림건축 대표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건물 이용자와 장비가 어우러지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공간 배치 시 기술과 사람 간 관계를 주요한 설계 요소로 반영했다”며 “연구 환경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장비사, 학교 등 관계사와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사진 행림건축사사무소]
- 연구시설 설계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이번에 준공되며 화제를 모은 연세대 양자컴퓨팅 클러스터는 물론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대전 중이온가속기부터 국가 연구개발 핵심 시설인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 미국·일본·스위스에 이어 전 세계 네 번째로 건설된 포항 4세대방사광가속기가 행림건축의 손을 거쳤다. 모두 첨단 기술과 건축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당사자 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방사선 차폐, 진동 제어, 온습도, 전력량 등 여러 가지 기술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주력했다.”
- 행림건축이 지닌 주요 강점은 무엇인가.
- “시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저한 사전 조사다. 특히 첨단 과학 연구시설은 기술 발전과 장비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의 유연성과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예컨대 가속기 시설에서는 장치 개발과 건축물 시공이 동시에 진행돼 장치 변경에 따른 설계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장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설계 변경을 예측하고 단계별로 명확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건축적 요구 사항을 경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형태로 분석해 사용자 및 장치 요구를 최적화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기장중입자치료센터(가칭) 조감도. [사진 행림건축사사무소]
- 첨단 연구시설 설계에 뛰어든 계기는.
- “방사선 치료기와 같은 장비는 인간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가속기 기술은 암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지원하는 연구시설은 반도체·소재·신약 개발 등 기술 발전과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연구시설 설계 경험을 토대로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고, 고도화된 첨단 장치와 건축물 간의 유기적인 통합을 선도하고자 했다. 이는 향후 더욱 많은 사람이 기초과학 연구 및 의료·생명 분야의 혁신을 경험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의료시설로 사업 분야를 확대 중이다.
-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시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시설은 연구시설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같은 첨단 장비와 건축물 간의 유기적인 배치가 중요하다. 앞서 연구시설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병원 기장중입자치료센터(가칭)와 국립 암센터 독립형 양성자치료센터를 설계했다. 차세대 암 치료 기술을 활용해 정밀한 치료 환경을 제공하고 첨단 기술이 접목된 공간에서 사용자 중심의 활용을 통해 더 나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첨단 의료기기와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혁신적인 설계 솔루션으로 병원 환경의 발전을 주도하고 이에 따른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첨단 의료시설 설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 행림건축사사무소]
- 최근 인공지능(AI) 설계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들었다.
- “사내 기술연구소에서 최근 건축물 외관 디자인 자동화 기술인 K-파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생성·분석·평가 과정을 포함한 설계 업무 보조 기능을 수행하고, 한국적 파사드와 현대 건축의 조화로운 디자인을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다채롭게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계 자동화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업계 최초로 6축 다관절 로봇팔도 도입했다. AI 시스템이 도출한 설계안을 로봇팔이 실제 건축물과 동일한 모형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설계 프로세스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관련 조직을 확대해 AI 설계 활성화를 위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행림건축이 추구하는 미래 건축은.
- “지속가능하며 사람 중심의 혁신적인 설계를 실현하는 건축이다. 단순히 미적인 가치나 기술적인 성과를 넘어 사람들의 일상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환경적 지속가능성, 기술적 혁신, 사회적 가치 등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건축설계를 하고자 한다. 건축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람과 기술을 잇는 통합적인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과학·의료·연구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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