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차량 출고 멈추고 감원까지…트럼프 관세에 놀란 세계 車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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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이던 11월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유세를 마친 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유세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파가 자동차 업계를 흔들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다. 이후 미국 수출을 중단하거나 제조 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주부터 미국으로의 자동차 출하를 중단했다. 4월 한달 간은 이 같은 조치를 계속 취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피아트·푸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이탈리아·프랑스 합작사 스텔란티스도 캐나다와 멕시코 내 제조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이 공장에서 엔진 등을 생산해 온 직원 900명이 해고됐다.

지난 7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 항구에 자동차 업체 볼보가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 아우디도 관세 부담에 지난 3일 관세 발효 이후 미국 항구에 하역한 차량의 출고를 보류했다. 아우디는 기존 미국 내 재고 차량을 먼저 판매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BMW 등 다른 독일 브랜드와 달리 미국에 생산기지가 없다. 미국 수출 물량은 멕시코와 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 등에서 생산한다.
아직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업체들까지 재규어·랜드로버나 스텔란티스, 아우디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면 경제적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NYT는 “광범위한 해고가 발생하고 자동차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재규어·랜드로버나 아우디의 일부 모델은 관세 영향으로 차량 가격이 대당 2만 달러(약 3000만원)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간에 제조 기반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조원대에 달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의 레니 라로카 자동차산업 부문 수석은 “현재까지 업체들의 큰 움직임은 없다. 현재로선 기다리며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신문에 말했다.
도리어 자동차 관세가 단기적으론 미 자동차 업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멕시코 통계청이 발표한 수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스텔란티스(-31.3%)와 제너럴모터스(-6.2%) 등 멕시코에 진출한 미 자동차 업체의 1분기 수출량이 관세 정책 여파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미 업체들은 당장 있을 해외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두려워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엔진과 변속기 같은 주요 부품에 대해서도 다음 달 3일 이전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포드를 비롯한 미 자동차 업체는 수천 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관세 품목에서 제외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5 디트로이터 오토쇼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9일 X(옛 트위터)에 “미국 혁신의 폭과 가치를 간과해선 안 된다. 이는 단순히 조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포드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F-150 픽업트럭이 미시간주 공장 내 1제곱마일(약 2.59㎢) 공간에서 노동자들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는지 지켜보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해시태그로 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팔리의 메시지는 최근 자동차 부품 관련 관세 정책을 두고 공개 설전 중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과 머스크 사이에서 머스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나바로 고문은 앞서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자로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며 “테슬라 전기차 부품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 등에서 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머스크는 미국의 한 자동차 정보 사이트가 테슬라 4개 모델을 ‘가장 미국산인 차(the most American-made cars)’로 뽑은 내용을 들며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도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는 17일 워싱턴에서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상호 무관세’ 방안을 지지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트럼프와 친밀한 멜로니 총리가 EU를 대표해 트럼프에게 상호 무관세 방안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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