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중 '치킨 게임'에 국제유가·정제마진 하락…국내 정유업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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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뉴스1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6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고 정제마진도 하향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정유 산업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5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2.22% 하락한 수치로, WTI 가격이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특히 중국이 보복 관세를 발표하고, 미국이 총 104% 추가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트럼프 취임 초기만 해도 ‘화석 연료 회귀’를 선언하면서 국내 정유사는 호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미국 대신 한국으로 유입돼 정유사들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그러나 에너지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캐나다산 원유 도입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이 낮아졌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정제마진(최종 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제외한 값)마저 꺾이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수요 위축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내려갈 경우 오히려 마진이 축소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4월 1주차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전주 대비 0.75달러 하락한 6.1달러로, 3월 1주차(8.7달러)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은 4~5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으로 꼽힌다.

급격한 유가 하락은 정유사의 재고 평가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고환율까지 겹치며 원유 도입 비용 증가와 환차손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2분기는 여름철 수요가 늘어나고 정유사들도 사전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실적 호조를 보이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당분간 정제마진이 반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관세는 피했지만, 수요 둔화라는 더 큰 산에 직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숨통은 트일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1주차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665.11원으로,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도 8주 연속 하락세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당분간 하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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